故 노 전대통령 자서전 ‘운명이다’ 출간… “검경 수사권 조정 못한 것 정말 후회”
입력 2010-04-23 22:18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가 23일 출간됐다.
자서전은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저서와 미발표 원고, 메모, 편지와 각종 인터뷰 및 구술 기록, 유족과 지인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노 전 대통령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리했다.
자서전에는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한 배경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열기 위해 특단의 조처를 취한 것’이라고 말하면 나도 ‘통치행위론’을 내세워 검찰 수사를 막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김 대통령이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4억 달러 문제를 사전에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고 하셨다”며 “대통령이 한 일이 아니라고 했으니 ‘통치행위론’을 내세우는 데 필요한 논리적 근거가 사라져 버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한 제도를 개혁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며 “퇴임한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또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있었다”며 검찰수사 이후 느낀 좌절감을 토로했다.
자서전에는 2002년 정몽준 당시 국민통합21 대통령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협상 때 정 후보 측이 “4대 권력기관장을 포함한 내각 절반과 정부 산하단체, 공기업 기관장 절반의 인사권을 문서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는 비화도 담겨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