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개혁안 공개… 대표회장, 실행위 대신 총회서 선출
입력 2010-04-23 18:40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변화발전위원회(위원장 최성규 목사)의 개혁안이 공개됐다. 최성규 변화발전위원회 위원장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기총의 정체성과 시대적 역할뿐 아니라 회원 교단 및 단체들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기 위해 두 달간 고심했다”면서 정관 개정안을 비롯해 운영세칙 개정안, 선거관리규정 개정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크게 대표회장 선출방식의 변화, 내부조직 개편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개정안은 실행위원회가 아닌 총회에서의 대표회장과 총무 선출을 제안했다. 모든 회원교단 및 단체가 실행위원회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200명 남짓한 실행위원들에 의한 선거보다는 총회 대의원(총대)으로 확대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또 다른 포인트는 총대들이 선거 당일 빨강, 노랑, 파랑 투표 볼을 선택한 뒤 선관위원장이나 후보가 제비를 뽑아 선거인단을 색깔로 정해 투표케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총대 수가 480명이면 색깔별로 160명이 투표 볼을 갖게 되고 그 중 선택된 볼을 가진 160명은 투표를 하고 320명은 투표를 하지 못한다.
이와 관련, 한 한기총 인사는 “당일 선거인단을 알게 된다 해도 표본이 500명 정도에 불과해 선거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며 “선거공영제를 통해 철저한 인물 검증과 정책 대결을 유도하면 새로운 선거문화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총대 전원이 선거에 참여케 하고, 1000명 이상의 외부 인사(한기총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연령층인 20∼40대 목회자 및 평신도 그룹)를 여론조사 방식으로 동참케 해 이를 전체 유효표의 30∼50%를 반영하면 한기총이 직분과 세대 등을 뛰어넘어 그 대표성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표회장 후보순번제를 채택한 것도 또 다른 관심사다. 즉, 7000개 교회 이상 교단을 가군, 장로교 이외의 모든 교단을 나군, 7000개 교회 미만 장로교단을 다군으로 나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개정안은 대표회장 임기를 5년간 1년 단임제로 하고, 2015년부터 2년 단임제를 제안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를 순환 1, 2기로 나눠 가군에서 3회(2010년, 2013년, 2015년), 나군에서 2회(2011년, 2014년), 다군에서 1회(2012년) 후보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순번제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연도를 못 박은 것이나, 대표회장 임기가 2년이어야 한다면서도 5년간 이를 유보하는 건 특정 교단 및 인물, 시점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할 수 있다.
회원교단의 총회장이나 회원단체의 대표를 역임한 자로서 소속 총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 등 대표회장 후보 자격을 강화한 것도 눈에 띈다. 총무 사무총장 실장은 70세, 국장 부장은 65세, 직원은 60세 등 정년도 규정했다. 또 사무처를 기획홍보실 비서실과 행정국 선교국 교육국 재정국 등 6개 실국으로 확대 개편하는 것을 제한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재정구조가 취약한데 인력을 확충하기보다는 기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기획과 정책 개발에 탁월한 인물을 활용하거나 채용해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만드는 게 더 낫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개정안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일부 수정을 거쳐 오는 27일 임원회에 제출, 논의한 뒤 늦어도 6월 안에 실행위원회와 임시총회에서 통과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회원 교단과 단체들의 입장, 회원들 간 정치적 역학관계로 인해 ‘최대 공약수’를 도출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은 “임원회 등을 거쳐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매우 정교한 안을 완성해 모든 회원들의 축복 속에 통과시킬 것”이라며 “한국교회와 이 사회 앞에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