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셔츠 vs 셔츠’ 충돌로 가나… 레드-옐로 대치중 연쇄폭발·3명 사망

입력 2010-04-24 00:50

태국에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친정부 세력 간의 ‘민(民)-민(民)’ 충돌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UDD)는 레드셔츠로, 친정부 국민민주주의연대(PAD)는 옐로셔츠로 상징된다.

수도 방콕의 최대 번화가에서 22일 저녁 양측 세력이 대치하던 가운데 연쇄폭발이 일어나 3명이 숨지는 등 외국인을 포함한 9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라차프라송 거리와 인접한 실롬 거리의 살라댕 지상 전철역과 역 인근 교차로 등에서 이날 오후 8시부터 30여분간 5차례 폭발사건이 발생했다고 AFP통신이 23일 전했다.

수텝 타웅수반 태국 부총리는 즉각 “M79 수류탄이 발사된 방향은 시위대 진영이었다”고 레드셔츠 측을 수류탄 투척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레드셔츠 시위대는 관련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번 폭발사건은 발생시점으로 볼 때 예사로 봐 넘기기 어렵다. PAD가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탁신 치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도시 빈민층과 농촌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레드셔츠와 왕실·군부 등 지배계층의 이익을 대변해온 옐로셔츠는 기름과 물처럼 화합하지 못한 채 대립해 왔다. 옐로셔츠는 지금의 아피싯 웨차치와 정권을 출범시킨 사실상의 주역이기도 하다. 2008년 3개월간의 정부청사 점거와 수완나품 국제공항 점거 등의 시위를 벌여 탁신 전 총리의 지지자들을 몰아내고 새 정부를 세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몰락한 탁신 전 총리 지지세력을 복권시키려는 UDD와 현 정권을 지켜내려는 PAD 양측이 정면충돌할 경우 태국은 예상치 못한 최악의 불상사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보 총책임자인 아누퐁 파오친다 육군 참모총장은 23일 “시위대를 강제해산 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면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UDD가 23일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해 주목된다. UDD 핵심지도자 웨라 무시카퐁은 “정부가 30일 안에 의회를 해산하고 3개월 내 조기총선을 실시한다는 입장을 밝히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일각에서 6개월 내 조기총선 안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협상안이다. UDD와 정부 대표단은 지난달 두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조기총선 시기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에 실패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