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커피 파티’ 바람 뜨겁다… 티파티 대항 전국 동시모임 20만명 참가
입력 2010-04-23 18:32
한국계 영화감독이 제안한 새로운 정치 운동 ‘커피 파티(Coffee Party)’가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호에서 전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여성운동가인 한인 2세 애너벨 박(한국명 박수현·41)씨는 지난 토요일 워싱턴DC의 ‘버스보이와 시인들’이라는 커피숍을 찾았다. 카페를 가득 채운 80명의 사람들은 최근의 미국 정치를 성토했다.
“지금 모든 정치 논쟁의 밑바닥에는 (흑인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멸시하는) 인종주의가 있다.”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일으키려는 정치인들의 언사에 이젠 지쳤다.”
이 모임은 이날 미 전역에서 동시에 열린 500개의 커피 파티 모임 중 하나였다. 커피 파티 참석자는 전국적으로 20만명에 달했다.
박씨가 커피 파티를 처음 제안한 것은 지난 1월 말. 박씨는 좀 더 활기차고 건설적인 정치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을 인터넷사이트 페이스북에 제안했다. 박씨는 “티 파티(Tea Party)가 마치 진짜 미국인을 대표하는 것처럼 전하는 뉴스에 질려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모임을 만들기로 한 것뿐”이라며 말했다.
뉴스위크는 그러나 커피 파티가 또 하나의 정치투쟁 모임이 아니라 순수한 시민모임으로 남기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 중 첫 번째는 커피 파티라는 이름이다. 보수 성향의 티 파티에 대항하는 진보적인 모임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이름이 거론되자 비웃음을 날렸고, 월가를 비난하며 강한 민주당 성향을 드러냈다. 공화당 지지자는 1명도 없었다.
박씨는 이미 정치 지도자로 떠올랐고, 보수주의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우파 블로거들은 그녀가 뉴욕타임스(NYT)에서 일했고 버지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인 짐 웹의 참모였다는 점을 파헤쳤다. “그녀는 중국 간첩”이라고 비난한 이도 있다. 박씨는 이런 비난을 웃어넘기며 “지금은 과연 건설적인 정치논쟁이 가능한지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