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넘게 쏟아부었는데” 벼랑 끝에 선 현대아산

입력 2010-04-24 00:44

현대그룹이 12년간 공들여온 금강산 관광사업이 파국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의 금강산 내 이산가족 면회소 등 동결자산 몰수 소식이 23일 전해지자 현대아산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현대아산은 이날 오후 북측 담화 발표 직후 장경작 사장과 주요 간부들이 장시간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북측 의도 파악 및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현대아산은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인력 40% 감원, 임직원 급여 10% 삭감,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오는 27일부터 금강산 내 민간 소유 부동산에 대한 동결 조치를 집행하겠다고 현대아산 측에 통보했다.

북한은 민간 부동산 동결과 함께 관리인원 추방 의사도 밝혔다. 금강산관광지구에는 현재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등에 현대아산 소속 및 협력업체 직원 73명이 체류하고 있다.

1999년부터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투자한 금액은 약 1조3400억원. 금강산 부동산 등 시설투자액 2269억원과 토지 및 사업권 확보금 4억9000만 달러,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취득액 5억 달러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현대아산 측은 북측이 동결에 이어 몰수조치를 단행할 경우 회사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주력사업인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현대아산의 매출액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금강산 관광객이 34만8263명으로 가장 많았던 2007년 현대아산의 매출액은 관광부문(1140억원)을 포함, 2555억원이었다. 하지만 관광이 중단된 지난해 매출액은 1144억원에 불과했다. 현대아산은 관광 중단 이후 지난달까지 1년여간 매출 손실이 2647억9600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북측이 금강산 관광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새로운 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현대아산이 영원히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북측은 최근 한국 정부가 관광사업을 재개하지 않으면 다른 사업자에 의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될 것이라고 잇따라 경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직접 중국 등 제3국 업체와 거래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이달 북한 지역 관광객 모집에 들어간 상황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은 남북화해와 협력, 한반도의 평화 증진에 기여해온 만큼 결코 그 길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현대아산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