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10년 맞은 KBS ‘인간극장’ 제작사 장강복 팀장 “장수 비결은 엽기 소재 아닌 진솔함”

입력 2010-04-23 18:54

우리 이웃들의 희로애락을 전달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 온 KBS 1TV ‘휴먼다큐 인간극장’(평일 오전 7시50분)이 10돌을 맞았다. 2000년부터 ‘인간극장’을 제작한 제3비전의 장강복(45) 팀장은 “평범한 삶이 갖는 힘이 ‘인간극장’의 장수 비결이다. 이야기를 풀어갈 때 언제나 진실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출연한 사람은 모두 1443명. ‘인간극장’은 대상의 지위와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모범수, 외국인, 연예인, 정치인 등 출연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진솔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연은 천차만별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하나다.

“시청자에게 주목받으려고 특이하거나 엽기적인 사연에 목을 매는 ‘소재 지향주의’에서 탈피했어요.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소재를 선정하면 시청률이 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표현방식이 진실하다면 깊은 매력을 갖게 되지요. 굉장한 사연에 연연하면 시청률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게 실상은 오래 못 갑니다.”

장 팀장은 술수나 편법을 멀리하고 진득함과 인내로 승부했다. 장 팀장은 “일반인의 마음을 여는 게 중요하다. 5부작을 찍어야 하니까 출연자와 많은 교감이 있어야 한다. 신뢰관계를 쌓는 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자가 마음을 열어야지만 속에 쌓아놓은 내용들이 튀어나온다. 마음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 찍으면 진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출연자가 본래의 감정을 짚을 수 있도록 가족처럼 친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긴 촬영과정을 거치면서 제작자는 출연자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이는 시청자에게 오롯이 전달된다.

“2001년 5월 영화배우 김희라씨의 사연을 소개한 ‘희라의 고백’을 잊을 수 없습니다. 영화배우가 노숙인처럼 생활하며 힘들게 살고 있었어요. 정신적으로 피폐한 그를 보면서 저는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정말 김씨 사연에 아기처럼 울면서 가슴을 쳤지요. 방송을 본 시청자들도 그러셨는지 김씨에게 많은 격려를 보내주셨습니다. 덕분에 그는 재기했고 가족과도 합쳤어요. 정말 제 일처럼 기뻤답니다.”

현재 ‘인간극장’은 장 팀장의 통솔 하에 5명의 PD와 4명의 작가에 의해 제작되고 있다. 향후 계획을 묻자 장 팀장은 “별다른 게 없다. 해온 대로 이웃을 쫓아다니는 게 ‘인간극장’ 아니겠느냐”면서 “그저 처음처럼 소박하고 겸손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