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 시골마을 ‘돌팔이’ 소동 우리시대 진정한 의사란 무엇인가

입력 2010-04-23 18:06


이노(쇼후쿠테이 츠루베 분) 선생은 시골마을의 유일한 의사다. 마을에서 그의 위상은 대단하다. 의술이 뛰어난데다 마을 사람들의 자질구레한 요구까지 웃으면서 잘 들어주기 때문이다. 임종 직전의 노인을 되살려내는가 하면, 산사태로 부상해 실려 온 응급환자에게 정확한 조치를 취해 생명의 위협에서 건져내기도 한다. 그는 명의로 칭송받는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알고 보니 그는 의사가 아니었다. 의사면허가 없는 돌팔이였다. 노인을 살려낸 것도, 응급환자를 적절히 조치한 것도 모두 우연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을 사람들은 그가 의사였다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그가 의사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의사겠는가”라면서.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은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소동을 통해 의사의 본질을 묻는다. 영화는 이노 선생 외에 의사면허가 있는 진짜 의사를 주변에 배치해 주제를 도드라지게 한다. 이노 선생이 있는 시골마을에 오는 인턴 의사 소마(에이타)는 아버지가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노에게 감동을 받은 소마는 “아버지는 경영에만 신경 쓸 뿐”이라며 이노가 진짜 의사라고 추켜세운다. 이노는 자신이 가짜라고 소마에게 털어놓지만 소마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이노는 위암 투병 중인 도리카이 부인을 극진히 보살핀다. 도리카이 부인에겐 의사인 딸이 있다. 딸은 도쿄의 대형 병원에서 일한다. 너무 바빠 1년에 한 번 집에 올 정도다. 딸은 어머니가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한다. 영화는 진짜 의사이면서 자신의 어머니조차 제대로 못 돌보는 딸과 의사면허는 없지만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이노를 통해 의사의 자격에 대해 묻는다.

‘우리 의사 선생님’은 이노가 갑자기 사라지는 설정을 통해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한다. 하지만 그가 왜 시골마을에서 의사 노릇을 하게 됐는지, 무엇 때문에 사라졌는지를 파고들지 않는다. 반전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조금 김이 빠질 수 있지만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흡수하는 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2006년 영화 ‘유레루’로 인간의 미묘한 심리와 기억이 왜곡되는 과정을 통해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줬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올해 일본아카데미 10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각종 일본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29일 개봉. 전체가.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