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급한 ‘스폰서 검사’ 특검 요구

입력 2010-04-23 17:33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어제 ‘스폰서 검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안을 다른 야당과 함께 다음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에 밀리고 있는 야당으로선 더 없이 좋은 호재이겠으나 검찰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특검 운운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정치쟁점화해 선거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검찰 조사를 믿을 수 없어 그런다지만 정치적, 정략적 냄새가 풍긴다.

정부·여당에 불리한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전가의 보도마냥 야당이 꺼내드는 카드가 특검이다. 야당 요구로 특검이 도입된 사례가 여러 번 있었고, 나름대로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대부분 권력형 비리 의혹에 관한 것이었지 이번과 같은 사안으로 특검이 도입된 적은 없다. 특검 도입은 대다수 국민이 검찰 조사 발표를 불신할 때 요구해도 늦지 않다. 목적이 진상 규명에 있다면 그것이 올바른 순서다.

검찰도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이 조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언론, 법조, 여성, 문화, 경제계 등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한 것만 봐도 그렇다. 검사 비리 의혹 조사를 외부인사에게 맡긴 것 자체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규명위 지휘를 받아 활동할 자체진상조사단도 꾸렸다. 규명위 위원장인 성낙인 서울대 교수가 “전현직을 불문하고 리스트에 나온 사람은 다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힌 만큼 일단 검찰 조사를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이번 파문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다. 불행한 일이다. 박 지검장 같은 불행한 검사가 다시는 생겨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온정주의다.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도려낼 것은 과감히 도려내고, 책임 또한 철저히 물어야 한다.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 따르더라도 검찰이 가야 할 길이다. 그것만이 땅에 떨어진 신뢰와 명예를 회복해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고, 야당의 특검 도입 주장을 잠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