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산소의 두 얼굴

입력 2010-04-23 17:42


흔히 순수함과 선함, 유익함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산소’. 하지만 산소가 인간의 노화를 비롯해 동맥경화와 암,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 믿을는지?

산소는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이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우리의 건강을 서서히 잠식하는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바로 ‘활성 산소’라는 이름으로 낯설게 다가오는 산소의 또 다른 모습이다. 호흡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산소는 혈관을 따라 몸 구석구석까지 퍼짐으로써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산소가 우리 몸에 항상 이로운 존재라는 편견은 버릴 필요가 있다.

산소는 우리 몸에 들어온 이후 혈관을 따라 운반되고, 음식물 소화를 비롯한 체내 호흡 대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불안정한 상태로 변한다. 이는 정상적인 산소와는 달리 세포막과 세포 내에 있는 유전자를 공격해 몸을 늙고 병들게 만들어 노화를 촉진하거나 암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이것이 바로 ‘활성 산소’다.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약 1∼2% 정도가 체내에서 활성 산소로 변한다.

어느 정도의 활성 산소는 우리 몸이 스스로 해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는 면역 기능도 하지만, 과잉 생산된 활성 산소는 몸속의 수많은 세포들을 산화시켜 노화 증상은 물론 각종 질병 발생을 촉진한다.

과도한 스트레스, 자외선, 방사선, 자동차와 공장의 배기가스, 농약이나 살충제 등 화학물질은 활성산소를 만드는 주범이다. 또 방부제나 색소가 들어 있는 인스턴트 식품, 식품첨가제, 흡연과 음주 등도 활성 산소를 만든다. 과식도 활성 산소의 생성을 촉진한다. 많은 음식량을 소화시키기 위해서 평소보다 훨씬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것은 많은 산소의 양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운동 또한 체내 활성 산소를 증가시키므로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활성 산소를 없애는 역할을 하는 ‘항산화 물질’은 몸속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SOD는 내·외부에서 오는 각종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세포 손상을 막아 주는 효능이 커 ‘항산화 효소의 제왕’이라 불린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유상호 교수는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에 의해, 또는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SOD 분비량이 적어지면 그만큼 활성 산소의 억제력이 약해져 질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면서 “SOD는 20대를 점점으로 서서히 감소하므로 이 때부턴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항산화제의 섭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