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변화발전위원회의 '한기총 개혁안' 뜯어보니...

입력 2010-04-23 16:21


[미션라이프]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변화발전위원회(위원장 최성규 목사)의 개혁안이 공개됐다.

최성규 변화발전위원회 위원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총의 정체성과 시대적 역할뿐 아니라 회원 교단 및 단체들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기 위해 두 달간 참으로 고심했다”면서 정관 개정안을 비롯해 운영세칙 개정안, 선거관리규정 개정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크게 대표회장 선출방식의 변화, 내부 조직 개편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개정안은 대표회장과 총무를 실행위원회가 아닌 총회에서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모든 회원 교단 및 단체가 1명 이상씩 실행위원회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선거인단을 200명 남짓한 실행위원들에서 총회 대의원(총대)으로 확대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고 본 것이다. 여기서 또 다른 포인트는 총대들이 선거 당일 빨강, 노랑, 파랑 투표 볼을 선택한 뒤 선관위원장이나 후보가 제비를 뽑아 선거인단을 색깔로 정해 투표케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총대 수가 480명일 때 색깔별로 160명이 투표 볼을 갖게 되고 그중 선택된 볼을 가진 160명을 투표를 하고 320명은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된다.

안에 따르면 대표회장 후보가 복수일 경우 과반수 득표자가 당선되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선관위원장이 뽑은 두 번째 투표 볼 소지자가 무기명 비밀투표를 한 뒤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단독후보일 경우 모든 총대가 무기명 비밀투표를 해 과반수 득표로 당선자가 확정된다. 이는 금권선거를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자금 규모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개연성이 없지 않다.

한 한기총 인사는 “당일 선거인단을 알게 된다 해도 표본이 500명 정도에 불과해 선거의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막을 순 없다”며 “선거공영제를 통해 철저한 인물 검증과 정책 대결을 유도하면 새로운 선거문화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총대 전원이 선거에 참여케 하며 1000명 이상의 외부인사(한기총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연령층인 20∼40대 목회자 및 평신도 그룹)를 여론조사 방식으로 동참케 해 이를 전체 유효표의 30∼50%를 반영하면 한기총이 직분과 세대를 뛰어넘어 그 대표성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표회장 후보순번제를 채택한 것도 또 다른 관심사다. 즉, 7000개 교회 이상 교단을 가군, 장로교 이외의 모든 교단을 나군, 7000교회 미만 장로교단을 다군으로 나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개정안은 대표회장 임기를 5년간 1년 단임제로 하고, 2015년부터 2년 단임제를 제안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를 순환 1,2기로 나눠 가군에서 3회(2010, 2013, 2015년), 나군에서 2회(2011, 2014년), 다군에서 1회(2012년) 후보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순번제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연도를 못 박는 것이나, 대표회장 임기가 2년이어야 한다면서도 5년간 이를 유보하고 있어 특정 교단 및 인물, 시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대표회장 후보 자격을 강화시킨 것도 눈에 띈다. 회원교단의 총회장이나 회원단체의 대표를 역임한 자로서 소속 총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성직자로서 영성과 도덕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된 자,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건강한 시민의식을 소유한자, 이혼한 사실이 없으며 벌금 100만원 이상 실형을 받은 사실이 없는 자, 단 교회건축법 도로교통법 위반은 예외로 한다. 추천 당시 만 70세를 넘지 않아야 한다.

총무 총장 실장은 70세, 국장 부장은 65세, 직원은 60세 등 정년을 규정한 것도 관심사다. 사무처의 경우 기획홍보실과 비서실, 행정국 선교국 교육국 재정국 등 6개 실국으로 확대 개편을 제안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재정구조가 취약한 한기총 입장에서 재정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인력을 무조건 확충하기보다는 기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기획과 정책 계발에 탁월한 인물을 활용하거나 채용하면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개정안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일부 수정을 거쳐 오는 27일 임원회에 제출, 논의한 뒤 늦어도 6월 안에 실행위원회와 임시총회에서 통과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회원 교단과 단체들의 입장, 회원들간 정치적 역학관계로 인해 ‘최대 공약수’를 도출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은 “모든 회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임원회 등을 거쳐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매우 정교한 변화발전안을 완성해 총회에서 통과시켜 한국교회와 이 사회 앞에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