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등에 “거액 상속” 메일 보낸 뒤 송금비용 등 수억 꿀꺽
입력 2010-04-22 19:50
유엔 소속 외교관을 사칭해 대학 교수 등 한국인 8명으로부터 수억원을 가로챈 나이지리아인 금융사기단 2명이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거액의 유산을 상속해주겠다’고 속인 뒤 이에 필요한 수수료 명목으로 내국인 8명에게서 243차례 2억5800만여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M씨(35)와 D씨(34)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7명으로 구성된 사기단은 국내 총책, 외교관, 인천국제공항 직원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또 이들은 피해자 한 명당 30여차례 사기 행각을 벌이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7일 ‘나이지리아 국립은행에 근무하는 사람이다. 나이지리아에서 당신에게 상속할 돈 25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한화 약 25억원)가 있는데 돈을 한국에 보내려면 수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냈다. 나이지리아 대통령실, 유엔, FBI 인증서 등도 함께 전송했다. 이메일에는 ‘긴급’ ‘비밀’ 등의 문구를 넣었다.
이메일을 받은 교수 정모(65)씨는 지난해 11월 19일 550달러(약 50만원)를 1차 송금했다. 사기단은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M씨는 지난해 12월 “나는 외교행낭을 전달하는 외교관이며 한국으로 돈을 반입하는 과정에서 통관비가 필요하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이들은 정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또 다른 조직원을 동원해 ‘M씨가 실제 외교관이 맞다’는 내용의 메일을 추가 발송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사기단은 이후에도 “인천국제공항에 돈 박스가 도착했는데 보관료, 택배비를 입금하라”는 등 전화와 이메일을 수십 차례 발송했다. 정씨는 이들에게 37차례 4300만원을 송금했다.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알고도 경찰신고를 꺼렸다. 피해자 8명 중 6명은 사기단이 검거된 뒤에도 경찰 조사를 거부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