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조사실의 아찔한 남녀공용 화장실

입력 2010-04-22 19:16

서울시내 경찰서의 80.6%에서 조사실 화장실을 남녀 구분 없이 쓰고 있어 여성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시내 경찰서 31곳 가운데 형사과 조사실 화장실이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분된 곳은 6곳에 불과하다. 남녀 구분 여부를 떠나 20여 곳은 문이 허리 높이로 낮게 설치됐거나 문 일부가 반투명 재질이어서 가까이 가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상당수 화장실은 잠금장치가 없다.

이달 초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30대 여성은 “바깥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고 했지만 담당 경찰관이 나가지 못하게 했다”며 “조사실 화장실을 이용하는 동안 몹시 불쾌했다”고 전했다.

지난 6일에는 경찰관이 조사 받던 여성이 들어간 화장실의 문을 열었다는 주장으로 성추행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열린 화장실 문 앞에서 어서 나오라고 손짓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대부분 남성인 경찰관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뚜렷한 대안은 없다.

한 형사팀장은 “여성들이 불편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간혹 화장실에서 자해하는 경우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여경이 없는 경찰서에서는 남성 경찰관이 여자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갈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