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위치추적 오류 원인은 ‘시간’… 수일전 신호를 現위치로 착각

입력 2010-04-22 18:43


실종자가 미국에 간 줄 모르는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 정보만 믿고 울릉도를 헤맨 사건(본보 3월 25일자 8면)은 수일 전 기록된 위치정보를 현재 위치정보로 착각해 빚어진 일로 드러났다.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사들은 소방방재청의 요청에 따라 위치정보를 회신할 때 신호포착시간을 병기하도록 이달 말까지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 2월 2일 오후 9시4분 경북 울릉군 도동 인근 기지국에 마지막으로 기록된 실종자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며칠 뒤 구조기관에 넘겨주면서 시간을 알리지 못했다”고 22일 밝혔다.

당시 휴대전화 소유자는 2일 오후 8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강원도 강릉을 지나 울릉도가 있는 동해를 가로지른다. SK텔레콤은 이 점으로 미뤄 비행기가 울릉도 인근 상공을 지날 때 해당 휴대전화 신호가 기지국에 잡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항공사에 확인한 결과 8시20분쯤 이륙한 비행기는 30∼40분 뒤 울릉도에서 남쪽으로 50∼100㎞ 떨어진 해상 9.5㎞ 상공을 시속 1000㎞ 정도로 날았다. 이때 비행기 안에서 나오는 휴대전화 신호가 오후 9시쯤 울릉도 기지국에 잡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통화는 안 돼도 휴대전화가 켜져 있으면 기지국에서 위치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물이 없는 바다나 평지에서 전파는 이론상 50㎞ 넘는 곳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고 한다. 기지국 안테나는 옆으로 뻗거나 대각선으로 세워져 있다. 조건이 맞는다면 수십㎞ 떨어진 지역 상공에 있는 휴대전화의 신호가 기지국에 잡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5∼6일 소방방재청에 실종자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7차례 통보했다. 실종자의 남편이 5∼7일 다섯 번 전해들은 위치정보도 모두 울릉도 한 곳이었다. SK텔레콤이 2일 오후 9시4분 기록된 정보를 반복적으로 통보한 것이었지만 경찰과 가족은 ‘현재 위치’로 받아들였다.

통신업체가 외부 기관에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현행 시스템은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시간을 빼고 전화번호와 기지국 위치만 알려 주도록 설계돼 있다. 통신업체는 공통 규격을 만들어 놓고 콜택시업체 같은 일반 기업과 구조기관에 동일한 형식으로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신호를 잡지 못하면 일반 기업에는 위치를 조회할 수 없다고 알리지만 구조기관에는 마지막으로 나타난 위치를 알려준다. 수색에 참고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때도 시간을 명시하지 않는다. 위치정보가 수일에서 수개월 전 기록이라고 하더라도 구조기관은 알 수 없다.

울릉도 실종 사건은 이 때문에 벌어졌다. SK텔레콤이 건넨 위치정보는 3∼4일 지난 것이었지만 이를 알 리 없는 경찰과 119구조대원은 해당 정보를 현재 것으로 간주하고 며칠간 울릉도만 뒤졌다.

소방방재청은 지난달 말 국내 3개 통신업체 실무자들을 만나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신호 기록 시간을 알 수 있도록 위치정보 공유 시스템을 개선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위치정보사업 담당자는 “이달 말까지 시스템을 개발키로 했다”며 “그러면 (허점이) 좀 보완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