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이 데려와 친생자 신고 친부모 등 승낙없어도 입양 인정”

입력 2010-04-22 18:41

10여년 전 A씨 부부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병원 앞에 갓난아기가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아이를 키우다가 4년 뒤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했다. 그동안 아이의 친부모나 친지로부터 한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들은 아이를 친자식이나 다름없이 키웠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이들이 미국 이민 준비를 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이민을 위해 대사관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A씨 부부의 아들이 친자식이 아니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양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민비자 발급이 거부되자 이들은 입양의 합법성을 인정받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친부모나 보호기관의 허가가 없더라도 입양을 인정해야 한다며 A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김태의 판사는 A씨 부부가 낸 양친자관계 존재확인 청구 소송을 받아들여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녀를 입양할 때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구비돼 있다면 그 형식에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효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당시 A씨 부부에게 아이를 입양해 키울 명백한 의사가 있었고, 그 후에도 보호 및 양육 의무를 다했기 때문에 출생신고를 입양신고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입양할 당시 친부모나 아동보호기관의 승낙을 받지 못했어도 10여년이 흐른 시점까지 친부모가 나타나지 않는 점 등도 고려됐다.

김 판사는 “입양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해당 아동은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이는 아동의 친부모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