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초비상] “인적 드문 외진 곳에 웬 날벼락” 충격
입력 2010-04-22 18:28
“축사 뒤편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외부인의 출입도 없었는데 어떻게 구제역이 발생했는지 모르겠어요.”
22일 의심 돼지가 구제역에 걸린 것으로 최종 확인된 충북 충주시 신니면 용원리 일대는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이 마을 전영인(55) 이장은 “구제역이 발생한 마을에서 1㎞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주민들이 충격 속에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발생 돼지농장 인근에서 과수원을 운영 중인 이모(68)씨는 “일하기 전 소독을 하고 끝난 뒤에도 소독을 하고 나오겠다”며 출입허용을 요구했으나 방역당국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돼지농장 축사는 뒤편이 산으로 막혀 있고 앞쪽도 32번 국도에서 외딴 길로 700m가량 더 들어와 있다. 이처럼 외진 곳에서 그것도 10년 만에 또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방역 당국은 뚜렷한 감염경로나 매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지역 축산농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이날 현장을 찾아 “2002년 진천 구제역 발생 이후 8년째 청정지역을 유지했는데 안타깝다”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최단 시일 내에 살처분을 완료하도록 하고, 특히 바이러스 배출이 높은 돼지를 우선 살처분해 구제역 추가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축산위생연구소, 충북도, 충주시 공무원과 군인 등 100여명이 동원돼 충주 일대 20여곳에 방역 초소를 설치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살처분·매몰에 힘쓰고 있다.
도는 위험지역인 발생농가 주변 반경 3㎞ 내의 가축 1만2620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살처분 대상 가축은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돼지 1110마리를 포함해 5개 농가의 돼지 1만818마리, 79개 농가의 소 1444마리, 10개 농가의 염소·사슴 358마리이다. 한편 경계지역인 10㎞ 이내에는 4만6158마리, 관리지역인 20㎞ 이내에는 22만5902마리의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바이러스 전파력이 소에 비해 100∼3000배에 달하는 돼지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위험지역인 3㎞ 이내의 농장으로 살처분 대상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영농조합 충주한우협회 김문홍(54) 회장은 “외딴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어디로 번질지 몰라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우리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앞으로 출하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축산 농가들의 근심이 더욱 커질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
충주=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