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도 “한류가 좋아…” 한국어 열풍
입력 2010-04-22 21:37
피라미드와 사막의 땅 이집트에 한국어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자동차와 전자제품, 드라마, 음악에 열광한 젊은이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다.
지난 17일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인샴스 대학교 외국어대 건물에서 치러진 한국어능력시험(TOPIK·토픽)에는 지난해(124명)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160명이 응시했다. 토픽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977년부터 매년 주관하는 시험으로 올해는 26개국 107곳에서 외국인과 재외동포 7만749명이 응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집트에서 두 번째로 치러진 토픽 시험에는 아인샴스대 한국어학과 학생 71명 외에도 룩소르와 알렉산드리아, 포트사이드 등 이집트 곳곳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 다수가 응시해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확산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집트 학생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다. 이날 토픽 고급 과정 시험을 치른 아인샴스대 한국어학과 3학년 새미 라샤드(20·여)씨는 “한국 기업에 대한 평판이 좋아 이들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과 4학년 무함메드 압둘라힘(20)씨도 “어떻게 짧은 기간에 한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는지 궁금하다”면서 “한국으로 유학 가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돌아와 이곳 한국 회사에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왜소한 체격의 압둘라힘씨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한국 속담을 알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 ‘한류’에 심취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가수 김현중과 이승기를 가장 좋아한다는 자아납 사이드(21·여)씨는 “2005년 TV에서 드라마 ‘겨울연가’를 본 뒤 한국어의 매력에 빠졌다”면서 “한국 문화를 더 알기 위해 한국어과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학생들의 한국어과 선호도 늘고 있다. 단과대별로 학생을 모집한 뒤 영어 시험을 통해 성적순으로 과를 선택하는 아인샴스대에서 한국어과 선호도는 외국어대학 내 13개 학과 중 1∼2위를 다툰다. 한국어과에 입학하기 위해선 50점 만점의 영어 시험에서 48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이 대학 관계자는 설명했다.
주이집트 대사관 박재양 문화홍보관은 “지난 2월 대사관에서 연 한국어 강좌의 정원이 180명이었지만 800명 이상이 신청할 정도로 한국어 열풍이 거세다”면서 “올 하반기부터 대사관에서 ‘세종학당’이라는 한국어 교육기관을 만들어 몰려드는 신청자를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이로=글·사진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