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화산재 거센 후폭풍… 항공사들 “17억달러 피해 각국 상대 소송 검토”
입력 2010-04-22 21:26
유럽의 비행기 운항이 정상을 되찾고 있지만 후유증은 심각하다. 언제 다시 화산이 폭발해 항공기 운항이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과학적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로이터통신은 21일 유럽 항공사들이 정부에 손실보상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사들을 대표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지오반니 비지그나니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로 항공사 피해액이 17억 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국 정부의 형편없는 의사 결정 때문에 화산재 피해 우려가 과장됐다”며 “항공업계엔 크나큰 재난”이라고 호소했다. 영국 로펌 ‘포럼 로’의 제프 진다니 변호사는 일간 텔레그래프에 “정부와 항공사 간 보상액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집단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럽 38개 국가의 항공사 대표와 항공기 제조사, 항공교통공사 등이 24일 한자리에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은 화산 폭발에 대처한 경험이 있는 미국과 아시아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유럽 당국이 지나치게 규제한 건 아닌지 따져볼 방침이다.
소송은 간단치 않다. 항공기의 운항 중단 결정에는 유럽연합(EU)의 권고로 설립된 각국의 항공교통공사와 교통당국, 기상당국, 화산재 감시센터 등이 참여했다. 더욱이 실제 비행이 허가됐다면 어떤 사고가 터졌을지 알 수 없다.
화산재 감시센터의 추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검증도 필요하다.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개발돼 걸프전쟁 때 쿠웨이트 유전 화재, 2005년 영국 정유사 화재 등에 쓰였다. 대규모 화산재 확산에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1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다음으로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화산 6곳을 소개했다.
세계에서 활동이 가장 활발한 화산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메라피 화산은 2006년 5월 폭발, 5000명을 숨지게 했다. 이듬해에도 폭발해 화산재가 고도 6㎞까지 퍼졌다. 메라피 화산은 1000년에 한 번꼴로 대규모 폭발을 한다. 1004년 전 마지막 대폭발 땐 마하람 힌두 왕조의 몰락을 낳았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니라공고 화산, 러시아 캄차카반도의 아바친스키 화산, 과테말라의 산타마리아 화산, 필리핀 타알 화산도 감시 대상이다.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슈퍼볼케노도 비록 마지막 폭발한 지 64만년이 됐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옐로스톤 지층의 마그마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