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부르카 금지법안 급류 탄다… 반이슬람 기류 타고 유럽 전역 금지 움직임

입력 2010-04-23 00:41

프랑스와 벨기에가 부르카 착용 금지에 앞장선 가운데 이슬람식 베일 착용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엘리제궁에서 열린 정례 각료회의에서 무슬림 여성의 베일 착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조속히 마무리할 것을 지시했다. 프랑스 정부는 금지 법안을 다음달에 마련, 오는 6월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벨기에에서는 부르카 착용 금지 법안에 대한 표결이 통과됐다. 22일 의회 전체 표결에서 법안이 통과하면서 유럽 국가들 중 첫 부르카 금지국이 됐다. 벨기에 의회 내무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공공장소에서 베일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영국 일간 메일온라인(MailOnline)에 따르면 프랑스와 벨기에 외에도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이슬람식 베일 착용 금지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도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이슬람 전통복장 금지를 둘러싼 시도가 있었다. 프랑스는 2004년 학교에서 히잡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영국에서는 2006년 10월 초등학교 보조교사인 무슬림 여성이 니캅을 썼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당했다. 독일에서도 무슬림 여학생 2명이 부르카를 입고 다닌다는 이유로 정학 처분을 받았다.

유럽 국가들이 이슬람식 베일 착용 금지를 위해 내세운 건 무슬림 여성들의 인권이다. 프랑스 의회 산하 특별조사위원회는 “부르카가 여성 억압과 극단적 근본주의의 상징으로 세속주의(정교분리)와 성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반(反)이슬람 정서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프랑스는 응답자의 70%가 착용 금지에 찬성했다. 스페인(65%) 이탈리아(63%) 영국(57%) 독일(50%)도 반대보다 찬성 의견이 많았다.

급속도로 늘고 있는 무슬림 인구가 반이슬람 정서를 형성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무슬림이 일자리를 빼앗았고 저소득층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 혜택도 훔쳐갔다는 것이다. 특히 프랑스는 2006년 이민 2세 청년들의 ‘파리 폭동’을 겪은 뒤 반이슬람 정서가 더 높아졌다. 현재 유럽 무슬림 인구는 5000만명이다. 2015년엔 1억명을 넘고, 2050년엔 유럽 인구의 20%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 BBC방송은 “부르카에 대한 제한적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른 유럽국에도 비슷한 조치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