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최고스타 이상민 은퇴회견 “주신 사랑 가슴에 담고 살겠습니다”
입력 2010-04-22 18:18
스타가 은퇴하는 자리는 시끌벅적한 법이다. 9년 연속 올스타 최다 득표를 얻으며 프로농구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던 이상민(38)의 은퇴 기자회견장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태평로2가 태평로클럽에는 예정시각인 오전 11시30분 이전부터 100명이 넘는 팬들이 모였다. 이상민이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계약기간) 1년이 남았는데 왜 은퇴하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KCC에서도 당하더니 삼성에도 또 당한다”는 등의 볼멘소리도 들려왔다. 팬들은 이상민이 퇴장할 때까지 울먹였다.
이상민 역시 마이크를 들고서도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는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힘들었고 팀에 보탬이 안될 경우 미련없이 떠나겠다는 결심은 지난해부터 갖고 있었다”며 “올해 힘든 시즌을 보내면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팬들을 향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고 평생 가슴에 잊지 않고 살겠다”며 “이게 끝이 아니고 다시 코트에 돌아와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홍대부고 시절부터 이름을 알린 이상민은 문경은, 우지원, 서장훈 등과 함께 연세대 황금기를 열어젖혔다. 대학 3학년이던 1993년 실업팀을 모두 따돌리고 연세대를 농구대잔치 우승으로 이끄는 주역이 됐다.
이상민이 본격 가세한 1997∼1998 시즌부터 소속팀 현대전자는 2년 연속 통합우승,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그는 2년 연속 정규리그 MVP가 됐다. 팀이 KCC로 바뀐 뒤에도 이상민은 2003∼2004 시즌 팀을 우승시키며 챔피언결정전 MVP가 됐다.
하지만 2007년 6월 KCC가 서장훈과 FA계약을 맺으면서 그를 보호선수에서 제외했고, 삼성은 그를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이상민은 10년여를 뛰었던 친정팀에 대한 배신감으로 농구를 그만두려 했으나 “삼성에서 우승하고 은퇴하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가 이끈 삼성은 2007∼2008 시즌부터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2008∼2009 시즌 원 소속팀 KCC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3승4패로 패한 것은 그의 농구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남았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