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사마란치 前 IOC위원장과 한국… “쎄울, 코레아” 88올림픽 개최지 발표하며 인연
입력 2010-04-22 18:19
많은 국민들은 1981년 9월 30일 그날 밤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198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하는 독일 바덴바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장.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쎄울, 코레아”라고 발표하자 전국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21일 타계한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은 이렇게 한국스포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게 된다.
서울올림픽은 반쪽 대회로 전락했던 80년 모스크바올림픽과 84년 LA올림픽의 상처를 치유하고 동서냉전을 끝낸 기념비적 대회로 기록된다. 80년 IOC위원장으로 선출된 사마란치는 남북체육회담을 4차례나 주선하며 개발도상국가로는 처음 열리는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일생을 통해 한국을 30회 이상 방문했고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공공연히 밝힐 만큼 한국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태권도의 올림픽정식종목 채택,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북 공동입장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그의 행보에는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의 조력이 그림자처럼 따랐다.
1994년 9월 4일 파리에서 열린 100주년 기념 IOC 총회서 김운용 부위원장이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안을 밀어부쳤지만 프로그램위원회에서 한 차례 부결됐고 ITF(국제태권도연맹), 가라데 등의 반대가 거셌다. 하지만 IOC에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던 사마란치의 지원으로 85-0으로 가결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의 남북선수단 동시 입장을 성사시켜 세계인의 주목을 잡아끈 것도 사마란치의 도움 없이는 어려웠던 작품이다.
1995년 한국이 월드컵 축구유치로 고전하고 있을 때 사마란치는 김영삼 대통령 부탁으로 친일파였던 아벨란제 FIFA 회장과 두 번이나 교섭해 2002년 대회의 한·일공동개최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사라만치도 우리에게 좋은 기억만 남긴 게 아니다. 김운용 부위원장이 IOC 위원장에 도전했던 2001년 모스크바 총회에서 자크 로케 현 IOC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고 김 부위원장은 고배를 마셔야 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