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물고 뜯고… 갈라진 문경 민심

입력 2010-04-22 20:51

신현국 시장- 이한성 의원간 파벌싸움 심각

서로 비난 기자회견·궐기대회… 시민들 냉소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에 대한 경찰수사로 촉발된 경북 문경지역의 분열 양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신현국 문경시장과 이 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이한성 의원간의 오랜 갈등이 지역 전체를 ‘파벌 싸움’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치권은 신 시장을 지지하는 쪽과 이 이원을 지지하는 쪽으로 갈라져 좀처럼 치유하기 어려운 형국으로 치닫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냉소는 깊어지고 있다.

요즘 문경에선 시장과 국회의원을 비난하는 기자회견과 궐기대회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된다.

최근 한나라당 문경지역 광역·기초의원 공천자 11명과 이상진 한나라당 문경시장 예비후보는 “시장이 각종 비리사건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모습은 사실 여부를 떠나 볼썽사납다”며 신 시장을 공격했다.

앞서 일부 시민단체와 신 시장이 속한 ‘평산 신씨 문경종친회’ 등으로 구성된 가칭 ‘이한성 국회의원 사퇴 촉구 범시민 추진위원회’는 문경의 이 의원 사무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고오환 문경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일부 시의원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문경 이미지를 손상시킨 이 의원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꼬리물기식 기자회견과 분열의 원인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신 시장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나눠져 있고 반대세력 뒤에는 이 의원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간의 갈등은 2008년 18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거를 치르면서 신 시장이 당시 같은 당인 이 후보를 지원하지 않고 무소속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이 싹튼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문경시장 후보자 공천을 앞두고 신 시장의 해당 행위를 거론하며 제명을 한나라당 경북도당에 요청했다. 신 시장은 이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는 사이 경찰은 지난 3월 측근에게 변호사비를 대납토록 해 결과적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신 시장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 수사로 이 의원에게 힘이 실리는가 싶더니 신 시장의 변호사비를 대신 낸 혐의로 수사를 받던 송모(39)씨가 구속되기 전 이 의원과 통화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최근엔 경찰서장 출신인 임병하 한나라당 문경시장 예비후보가 이 의원으로부터 ‘신 시장을 구속시키면 시장 공천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문경시장 공천자를 이번 주말쯤 확정, 발표할 예정이어서 과연 신 시장이 공천을 받을 수 있을 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향인사 김모(50)씨는 “문경(聞慶)이란 지명은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 곳이란 뜻인데 계속해서 불협화음만 터져 나와 안타깝다”며 “하루 빨리 시시비비가 가려져 기쁜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경=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