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인 교회, 국제적 사회책임 기준 따라야" ISO 26000 교회표준 개발 본격화
입력 2010-04-22 15:55
[미션라이프] 정부 기업 시민단체 등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의 교회표준 개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본보 지난 2월18일자 25면 참조).
올 10월쯤 세계 91개국의 동의로 발효될 ISO 26000은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NGO) 등 사회 모든 공적 조직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지침이다. 강제 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지만 기업의 경우 따르지 않으면 무역마찰이나 수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국제적 기준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22일 서울 한강로1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ISO 26000 교회표준 개발 진행과정을 설명했다. 기윤실은 지난 16일 ‘교회의 사회적책임 표준 가이드라인 개발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위원장인 양용희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비롯해 황상규 ISO 26000 SR 한국위원회 대표, 박병옥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황호찬 세종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 ISO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고 기윤실은 전했다.
이들은 우선 ISO 26000의 245개 항목 중 교회 상황에 맞는 50개 정도의 지표를 추렸다. 지표들은 교회 조직 지배구조, 인권, 공정 운영,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 등 7개 분야로 구분된다. 위원회는 이들 지표들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한국교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추가 설명을 붙이는 식으로 교회표준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예를 들어 공정 운영 분야에서는 교회별로 출석 교인수와 운영성과 등을 정직하게 공개하는지, 예결산 내용을 성도들에게 공개하는지 등이 평가 항목에 들어가게 된다.
위원회는 이어 9∼10월 공청회 등을 통해 주요 교단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11월쯤 표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세진 기윤실 사무총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교회야말로 철저히 공적인 공간이므로 모든 공적 조직이 따라야 할 ISO 26000 기준은 교회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세계 교회에서도 교회표준을 만든 것이 없이 때문에 기윤실이 개발하는 ISO 26000 교회 버전은 전 세계 교회들의 운영 지표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기준을 교회에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 양 총장은 마태복음 5장 41절을 예로 들며 “오리를 가게 하거든 십리를 동행하라는 말씀에 따라 세상이 요구하는 것이 5리라면 그 5리를 받아서 10리를 갈 수 있어야 영적 조직으로서 차별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윤실은 ‘신뢰의 열매’란 제목의 ‘2009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제적 기준에 따라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내긴 국내 종교단체 중 최초이며 일반 NGO에서도 사례가 거의 없다. 보고서에는 기윤실의 활동 내역, 의사결정 시스템, 예산 운영 등이 담겼다. 양 총장은 “시민운동도 어떤 이슈를 가지고 활동하느냐보다 그 단체가 신뢰할 수 있느냐, 지속가능하냐가 중요 척도가 되고 있다”며 “한국교회 신뢰회복 운동을 벌이는 기윤실로서 이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