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스폰서 파문] 접대문건 매우 구체적… 이번엔 적당히 못넘어갈 듯
입력 2010-04-21 21:42
‘향응 의혹’ 진상규명&문건 내용
검찰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검찰은 21일 신속하게 외부인을 참여시킨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조사 활동을 곧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찰을 향한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과거 법조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관행적으로 되풀이된 ‘봐주기 의혹’이 이번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진상조사 이번에는 제대로 될까=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채동욱 대전고검장은 22일 대검을 방문해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임명 신고를 한 뒤 곧바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채 고검장은 조사단장에 임명됐다는 연락을 받은 직후 조사단원 선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규명위에 외부인을 대거 포함시킨 것은 ‘적당히’ 조사를 마무리해서는 쏟아지는 비난과 불신을 극복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검사 스폰서’ 내용이 방영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모씨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며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했지만 향응과 접대를 받았다는 검사장 등과의 통화내용이 낱낱이 공개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당사자의 징계여부를 떠나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가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2007년 ‘삼성떡값’ 의혹이 불거졌을 때 검찰 위주로 한 특별수사감찰본부를 구성했으나 정치권으로부터 공정성 지적을 받으며 삼성특별검사팀이 발족되는 수모를 당했었다. 한편 스폰서 의혹과 관련해 실명이 거론된 부산지검 고위 간부는 이날 오전 청사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피해 다른 출입구로 출근한 뒤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문건 얼마나 신빙성 있나=정모씨 문건에는 부산·경남 일대 검사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정황이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정씨는 문건에서 자신의 주무대였던 창원지검 진주지청에 근무했던 검사들에게 1984년 3월부터 90년 말까지 82개월간 모두 2억4000여만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특히 문건을 통해 검사들의 접대 날짜와 장소, 메뉴, 참석자, 여종업원 팁, 자신이 결제한 수표의 일련번호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1차 OO 횟집, 2차 OO 룸살롱, 현금 200만원 지출’ 식이다. 또 자신이 접대했다는 검사장급 검찰 고위 간부와 재경지검을 비롯한 각 지방검찰청 중간간부, 법무부 간부 등의 이름도 명시돼 있다. 정씨는 문건에서 지난 25년간 검사 접대비용이 100억원(물가상승 등 감안)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5∼6년 전에도 폭로를 결심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며 “그때 했으면 더 많은 고위직 검사들이 해당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접대 인사들이 200명이 넘으며, 15년 전부터 그들에게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껴 왔다고 주장했다.
임성수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