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은총재 “물가상승 대비” 첫 언급

입력 2010-04-21 18:36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처음으로 물가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통화 신용 정책을 통한 물가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중앙은행 총재로서 물가 불안을 우려한 입장 표명이어서 주목된다.

김 총재는 21일 경제전문가들과 가진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대한석유협회 오강현 회장이 “기름값이 오르고 있는데 물가안정 책임이 있는 한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하자, “최상을 희망하되 최악에 대비하라(Hope for the best, prepare for the worst)”는 말을 소개하면서 “물가를 억지로 누를 수는 없지만 사전에 국가적으로나 업계 자체적으로 준비할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선진경제는 아직 아니지만 신흥경제 물가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며 “수요자 측인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년 국제 유가가 2008년 초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만큼 이를 알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8660만 배럴로 지난해의 8493만 배럴보다 167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석유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상승을 대비해야 한다는 김 총재 발언은 최근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5.2%, 상반기에는 6.6%로 예측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그동안 성장과 고용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정부와 한은의 스탠스가 일부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딛고 세계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는 데다 우리나라도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 등 출구전략이 당초 예측보다 다소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김 총재는 지난 4월 1일 취임 이후 금융통화위원회와 기자간담회, 그리고 국회 기획재정위 업무보고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물가는 안정돼 있으며 성장과 고용이 더 중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 김종석 홍익대 교수, 김준한 포스코경영연구소장, 박우규 SK경영경제연구소장, 박원암 홍익대 교수,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 정부균 국제금융센터 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우리 경제가 앞으로도 개선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했으며 경제정책 운용 때 거시와 미시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은 측은 전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