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한국 FTA 전략… “속도 내고 質 높여라”

입력 2010-04-21 21:22


2005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다자무역협상 도하개발어젠다(DDA) 각료회의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힘겨루기로 결국 무산되자 통상교섭본부에는 긴급 훈령이 떨어졌다. 당분간 세계무역은 양자협상인 자유무역협정(FTA)이 대세가 될 테니 전방위로 FTA를 추진하라는 것이었다. 그 예상은 적중했고 FTA 지각생으로 불리던 우리나라는 이제 글로벌 FTA의 허브로 발돋움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한·중 FTA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을 계기로 FTA가 다시 우리 경제의 화두로 떠올랐다.

◇FTA 협상 어디까지 왔나=21일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칠레, 싱가포르, 아세안 등 15개국과 FTA가 이미 발효됐고 미국과 EU와는 서명 또는 가서명한 상태다. 또 캐나다, 멕시코, 걸프협력회의(GCC), 호주, 뉴질랜드, 페루 등 11개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거대·선진경제권과의 FTA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EU, 일본, 중국, 아세안 등 5개 경제권과의 교역이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거대·선진경제권과의 FTA 추진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급부상하고 있는 브릭스(BRICs) 등 신흥 유망시장 및 GCC 등 자원 부국과의 FTA도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5대 교역대상국 가운데 미국과 EU, 아세안과는 이미 FTA를 체결했고 일본, 중국과의 FTA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지시로 한·중 FTA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2.44∼3.17%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농산물 수입이 103∼108억 달러 증가하고, 국내 농업 생산액은 10∼1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한·중 FTA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한·중·일 FTA 협상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혜민 FTA교섭대표는 “거대경제권 가운데 남은 FTA 상대국은 중국과 일본”이라며 “상반기 중 산·관·학 공동연구를 마무리한 뒤 정부 간 협의를 거쳐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터키 FTA 1차 협상이 오는 26∼30일 터키 앙카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1차 협상에서 양측은 협상 범위, 구조, 일정 등을 포함하는 협상 기본 틀을 채택하고 상품, 서비스·투자, 규범, 법률·총칙 등 4개 분과회의를 열어 협정문 초안에 대한 협상을 벌이게 된다.

◇양적인 수준 넘어 질적인 업그레이드 필요=대외무역 의존도가 전체 경제의 70%에 달하는 우리나라로서는 FTA를 통한 해외 시장 확대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FTA를 추진하는 것은 저율관세 및 관세철폐를 통해 경쟁국과의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우리와 경쟁상대인 대만이 중국과 오는 6월 경제협력협정(ECFA)을 체결할 경우 우리 수출기업의 입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쟁국에 앞서 FTA를 체결하는 게 시장점유율 확대에 유리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양적인 측면에서 동시다발적 FTA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시장개방 수준을 높여 상품, 서비스, 투자 등 포괄적인 FTA를 추구하는 등 질적인 측면의 업그레이드가 요구된다. 또한 기업들이 FTA 발효에 따른 특혜관세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원산지증명 등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국내 피해 산업 종사자에 대한 설득과 실효성 있는 보상 대책 마련 등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국회 비준동의 등 후속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 FTA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