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급빈곤층 103만명 ‘열악한 삶’
입력 2010-04-21 21:17
서울 녹번동 지하 셋방에 홀로 살고 있는 김모(67·여)씨의 고정 수입은 정부로부터 받는 기초노령연금 8만8000원이 유일하다. 폐지를 모으고, 집 근처 교회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은 언감생심이다. 오래전 왕래가 끊긴 딸과 1년에 두어 번 얼굴을 보는 아들이 부양의무자로 돼 있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최저생계비도 안되는 소득으로 살고 있지만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수급빈곤층이 기초생활수급층과 비슷하거나 일부는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층보다 열악한 비수급빈곤층=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2∼9월 기초생활수급층과 비수급빈곤층 1만213가구의 생활 및 복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비수급층은 수급층보다 월 평균 소득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21일 밝혔다.
특히 재산 소득까지 합쳐도 최저생계비 미만으로 살고 있는 비수급 1층의 월평균 소득은 65만3500원으로 수급층 소득 80만6700원보다 15만3200원 적었다. 비수급 1층은 월평균 소득이 평균 지출(69만7700원)보다 적어 매달 적자 생활을 하고 있다.
비수급층의 대부분은 부양의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생계를 위해 필요한 자동차 등 재산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 부양의무자로부터 물질적 지원을 받는 비수급층은 45.4%로 절반에 못 미쳤고, 지원을 받더라도 평균 지원 금액은 월 16만원 미만이었다. 부양의무자가 지원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78.3%에 이르렀다.
비수급층의 주거지는 월세, 전세가 절반 이상이었다. 특히 최저주거면적 미만의 집에서 살고 있는 가구율이 비수급 1층의 경우 15.6%로 수급층(15.2%)과 비슷했다. 만성질환자가 있는 비율도 수급층(69.1%)과 비수급층(60.3%)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실업률은 수급층이 35.1%로 비수급 1층 23.5%보다 다소 높았다. 미취학 아동 보육시설 이용은 비수급 1층이 70.5%로 수급층 80.5%보다 낮았다.
◇사각지대 해소하려면=연구원은 우리나라 비수급층은 53만 가구 103만명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 국민의 2.13%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비수급층의 절대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속적인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연구원은 우선 이들이 수급층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비현실적인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
비수급층의 소득 정도에 따라 11∼52%가 재산기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다. 이들을 위해서는 자산을 활용해 소득을 확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연구원은 제언했다. 또 비수급층의 건강실태가 수급층과 비슷한데도 의료혜택이 수급층에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의료급여 혜택을 비수급층으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ey Word : 비수급빈곤층
실제 소득은 최저생계비 미만이지만 자동차 등 재산소득이나 부양의무자가 있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빈곤층을 말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이 최저생계비 미만을 비수급 1층, 최저생계비의 100∼120%를 비수급 2층, 최저생계비의 120% 이상을 비수급 3층으로 구분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