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새 프로 메인 MC 김구라 “1∼2년 후 시사 프로도 하고 싶어”
입력 2010-04-21 18:52
독설은 여전했다. 20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 ‘토크樂 황금마이크쇼’ 녹화현장에서 만난 김구라(40)는 엘비스 프레슬리 분장을 한 가수 김태발을 향해 “여러 사람이 엘비스 프레슬리 분장을 하는데 저렇게 어설픈 사람은 처음 본다”라고 꼬집었다. 김태발의 노래를 들은 후에는 “자리로 들어가셔도 되겠다. 일반인에 견줘서 잘하는 거지, 가수분들 사이에서 저 정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느냐”면서 비아냥거린다.
싫은 소리만 하는 그를 사람들이 꺼려할 법한데도 그의 인기는 점점 오르고 있다. 김구라는 29일 오후 11시 OBS에서 첫 방송되는 ‘황금마이크쇼’의 메인 MC자리를 꿰차면서 주가를 입증했다. MBC ‘세바퀴’ ‘황금어장’,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tvN ‘화성인 바이러스’ 등 알짜배기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그에게서 인터넷 방송 시절의 비주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그 시절 욕을 쏟아 붓던 가수 신지와 ‘황금마이크쇼’를 진행하며 ‘화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신지씨는 인천 후배여서 동향 선후배 간의 믿음이 있어요. 또 제 핸드폰에 있는 여자 연예인은 조혜련씨 정도인데, 신지씨하고는 서로 문자도 주고받고 안부도 챙길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워낙 예능감이 뛰어난 친구이기도 하고 저랑 호흡이 아주 잘 맞아요.”
특유의 뚱한 표정도 사라졌다. 수년 전에 그는 방송 내내 찡그린 표정이나 화내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로부터 ‘보기 불편하다’고 항의를 받곤 했다. 얼마나 안 웃었으면 그의 웃음마저 ‘악마의 웃음’으로 불리면서 개그의 소재가 됐을까.
하지만 이날 ‘MC 김구라’는 리액션이 후했다. 14명의 게스트의 말에 ‘아, 그래요?’라고 일일이 맞장구를 쳤고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웃었다.
“제가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PD로부터 리액션 좀 하라는 타박을 들었어요. 안 웃고 찡그리고 있으니까요. 요즘은 웃으려고 스스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저는 안 웃기면 정말 안 웃어요. 오늘 게스트들은 정말 웃겨서 웃은 거예요.”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항상 강조해온 생활력은 더욱 질겨졌다.
“지금도 5∼6개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여전히 ‘다작(多作)’하는 이유요? 제가 크게 비싸지 않아요. 또 PD가 시키면 웬만한 것은 다합니다. 아마 PD들은 다른 사람들하고 일하면 굉장히 피곤할 겁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주류 예능인으로 올라선 김구라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만은 비주류다. ‘세바퀴’ ‘라디오스타’ 등 스튜디오형 프로그램에서는 자리를 굳혔지만, 야외에서 벌이는 ‘리얼 버라이어티’에는 대표작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스튜디오가 편해요. 그간 ‘일밤’에서 해온 리얼 버라이어티가 잘 안되긴 했는데 상황이 안 좋아서 그런 거지, 제가 리얼 버라이어티하고는 안 맞는다고 생각 안 해요. 얼마 전 새로 들어간 ‘뜨거운 형제들’은 야외에서 찍는 ‘리얼 버라이어티’입니다.”
사회 정치 현안에 해박한 김구라는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도 PD들로부터 시사 관련 프로그램 제의는 들어 온다”면서 “요즘 트렌드가 시사 쪽이 아니어서 그렇지 1∼2년 후에 때가 되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