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IT 총괄 부처 필요… 불붙은 정보통신부 부활 논란”

입력 2010-04-21 21:27


‘아이폰 쇼크’ 이후 정보통신부 부활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예전 정통부가 총괄했던 정보기술(IT) 정책 기능이 4개 부처로 분산돼 있다 보니 구심점이 없어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모바일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중앙집권적 기구를 되살리자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2008년 정통부 해체로 관련 기능은 지식경제부(IT 진흥 및 소프트웨어),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서비스), 문화체육관광부(콘텐츠), 행정안전부(전자정부)로 분산됐다. IT가 모든 산업과 융합되는 추세에 발맞춘다는 취지의 조직개편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기대했던 융합 효과보다는 부처 간 업무 혼선, 종합적 비전 부재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게 정통부 부활론의 요체다. 인프라, 기기, 콘텐츠, 서비스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하는 모바일 혁명 시대에 오히려 각각의 기능을 흩뜨렸기 때문에 IT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IT 총괄 부처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는 그동안 업계에서 간헐적으로 나왔지만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지는 못했다. 지난 13일 김형오 국회의장이 공론화의 불을 댕겼다. 김 의장은 “주관 부처가 없어 (정보통신) 정책이 표류해 왔다”며 “미래 신성장 동력인 ICCT(정보통신콘텐츠기술) 관련 업무를 총괄할 통합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통부의 단순한 복원을 넘어 콘텐츠 분야까지 포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김 의장은 19일 라디오 방송에서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혁명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며 IT 총괄 부처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통부 장관을 지낸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과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도 가세했다. 이 부회장은 20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IT 정책 기능이) 분산되니까 아무래도 집중이 어려워 산업 진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정통부에서 진일보한, 미래 산업을 위한 특별한 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도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IT 분야에서 뒤처지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 우리나라 정도 규모나 발전단계에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보다는 정부 기능 강화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박성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예상치 못했던 주체가 나타나는 등 대외적 경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현 구조를) 내버려둬서 잘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전문적인 역량을 한데 모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대응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달 “정통부 해체는 사려 깊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정부 조직을 또 개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최 위원장의 발언은 정부 내부에서도 IT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통부 같은 총괄조직을 만든다고 곧장 IT 강국 지위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21일 조찬간담회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하던 경제기획원을 다시 만들자는 말과 다름없다”며 정통부 부활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 장관은 “미국에 정통부가 있어서 구글이나 애플이 생겨났느냐”고 반문하면서 “규제 기능을 가진 행정집단을 다시 만드는 것은 현재 시장 변화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