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금융개혁의 칼끝 겨눠졌는데… 골드만삭스, 속으로 웃는다

입력 2010-04-21 18:12

버락 오바마 미 정부가 골드만삭스를 단죄할 수 있을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6일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고소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골드만삭스는 여유 만만한 모습이다. 골드만삭스 로이드 블랭크페인 대표는 20일 올해 1분기 이익이 지난해보다 91%나 늘었다고 발표하면서 딱 한번 SEC의 고발을 언급했다. 그는 “회사와 관련된 최근의 사태에 대해 우리는 고객과 주주의 지지와 직원들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여유 만만=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골드만삭스가 사기혐의로 피소된 파브리스 투르 부사장에게 무기한 유급휴가를 주고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투르 부사장에겐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입장이다.

골드만삭스가 여유 만만한 이유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골드만삭스가 미 민주당의 가장 큰 후원기업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골드만삭스 직원들에게서 100만 달러를 받았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50만 달러를 받았다. 골드만삭스는 공화당에서도 기부액 4위를 차지했다.

SEC가 골드만삭스를 제소하는 과정도 힘겨웠다. 21일 WSJ에 따르면, SEC의 5인 위원 중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위원들은 찬성과 반대 각각 2표로 갈라졌다. 메리 샤피로 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제소 결정이 이뤄졌다. 이에 일부 공화당 의원은 제소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골드만삭스를 적극 비호하고 나섰다. 심지어 골드만삭스는 이번 소송에 대비해 오바마 대통령의 법률고문을 지낸 그레고리 크레이그를 영입했다.

◇사기 혐의 입증 난망=골드만삭스의 혐의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SEC는 골드만삭스가 2007년 고객에게 부채담보부증권(CDO) 상품을 팔면서 중요한 정보를 누락시켰다고 주장한다. 특히 마케팅을 맡은 세계 최대 헤지펀드 폴슨앤드코(Paulson&Co.)의 존 폴슨이, 고객에게는 집값이 올라갈 경우 수익을 얻는 상품을 판매하면서 정작 자신은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데 돈을 걸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SEC가 소송에서 승리하려면, 골드만삭스가 폴슨의 역할에 단순히 침묵한 게 아니라 적극 오도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또 폴슨이 집값 하락을 예상했다는 점을 알았다면 고객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배심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법률에 정한 모든 정보를 제공했고, 실제 투자자들 상대는 폴슨이 했으며, 대부분의 투자자가 전문적 식견을 가진 금융회사였다는 점을 들어 결백을 주장했다.

하버드대학의 앨런 페럴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정보엔 미래 예측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폴슨이 어디에 투자했든 (사기혐의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지타운대 도널드 랭보트 교수는 “SEC는 정보공개 대상을 계속 확대해 왔으며, 이런 맥락에서 무리한 기소는 아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가 깜짝 실적을 발표한 20일 이 회사의 주가는 0.43% 하락했다.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낸 기업의 주가가 하락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시장은 벌써 골드만삭스를 단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