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폰서 검사’ 폭로자와 검사들

입력 2010-04-21 18:03

검찰에 또다시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부산 경남지역에 근무했던 검사 수십명이 20여년에 걸쳐 한 건설업자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았다고 MBC ‘PD수첩’이 그제 폭로했기 때문이다. 해당 건설업자가 방송사 측에 넘긴 문건과 녹취론엔 접대 날짜와 참석자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그 중엔 현직 검사장 2명도 들어있어 충격적이다.

아직은 방송 내용을 사실로 속단하기 어렵다. 실명 거론된 검사들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다 제보자가 변호사법 위반과 사기혐의 등으로 수차례 처벌 받은 전력이 있어서다. 제보자가 문건을 들먹이며 현재 진행 중인 피소사건과 관련, 검찰과 협상을 시도하려 했던 정황도 있어 더욱 그렇다. 문건을 이 시점에, 그것도 검찰과 사이가 좋지 않은 방송사에 제보한 점도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순수성은 차치하고라도 폭로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라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검찰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이 재빨리 정면 돌파로 가닥을 잡고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위원의 3분의 2이상을 사회 각계 민간인사로 채우기로 한 것도 올바른 판단이다. 다만 검찰 출신은 배제해야 할 것이다.

곧 꾸려질 진상규명위원회는 철저히 객관적 중립적 입장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조사 결과 의혹이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 어설프게 감싸려다간 더 큰 국민적 불신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념해야 한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제보자와 해당 방송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면 될 것이다.

검찰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만큼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가뜩이나 한명숙 전 총리 1심 무죄판결 등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검찰이 이번 일마저 투명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신뢰도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것이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만일 과거에 잘못된 행적이 있었다면 제도와 문화로 깨끗이 청산해야 하고 지금도 흔적이 일부 남아있다면 단호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한 만큼 검찰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