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성기] 순국을 돈으로 따질까마는

입력 2010-04-21 18:04


“보상금 외에도 자녀 교육을 포함한 지속적인 유족 지원과 보호 방안 나와야”

천안함 침몰로 순국 장병 유족은 물론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을 때 희생자 보상금과 유족 지원금이 얼마나 나올까 예상하는 기사를 보면 고귀한 순국을 돈으로 계산하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편치 못하다.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야박하다고 탓하지 않을지,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언론 종사자 입장에서 민망한 느낌이 든다. 대형화재나 교통사고로 인명피해가 나면 건물주와 사업자의 재산 규모와 보험가입 여부 및 보험금 규모까지 상세하게 따져가며 보상 가능한 금액을 계산하는 것도 언론의 몫이다.

민망한 느낌은 나라를 위해 바친 희생을 돈으로 따질 수 없다는 경외감의 또 다른 표현이겠지만 남편과 자식을 먼저 보낸 유족들이 현실 생활에서 직면할 경제적 고통을 감안하면 언론의 관심을 오지랖 넓다고 손가락질할 일도 아니다.

빠듯한 봉급에 아직 집 한 칸도 장만하지 못한 직업군인의 유족들이 앞으로 어린 자녀들을 키우며 살아가기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너무 크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부모는 남은 노년을 누구에게 의지해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또 중상을 입은 병사와 가족들도 앞날이 캄캄하기는 마찬가지다.

천안함 희생자들을 전사자로 예우할 경우 보상금과 퇴직수당 조위금을 합해 계급에 따라 2억(사병)∼3억5800여만원(원사)을 일시금으로 받고 유족들에게는 별도로 연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형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일시금과 연금으로 유족들이 생활을 꾸려가기에는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은 지금과 같은 여건 아래에서 교육비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과거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애국지사의 유자녀들은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해 대부분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비극을 겪었다. 일제 치하에서는 나라가 없어 그들을 돕지 못했고 주위 친지들도 보복이 두려워 외면했다. 건국 후에는 어려운 나라 형편에 전쟁을 치르느라 한동안 그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정상회의를 유치할 정도로 나라의 위상이 탄탄해 경제적 번영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경제회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중장기적으로 나라 살림이 걱정이라지만 순국 장병을 위한 보상 때문에 흔들릴 지경은 아니다. 순국 장병을 전사자로 예우해 최대한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자녀 교육을 포함한 지속적인 유족 지원과 보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천안함 침몰 이후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보여준 처절한 결단은 온 국민을 감동시켰다.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한주호 준위의 순국을 보고 가족들은 수색을 중단, 선체 인양 작업으로 전환해 달라고 당국에 건의했다. 함미를 건져 올리기 직전에는 함미와 함수에서 발견되지 않는 장병을 산화자로 간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신을 못 찾는다 해도 더 이상 무모한 수색은 안 된다는 애절한 단안이었다. 함미에서 실종 장병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던 날 오열하는 유족과 함께 눈물을 흘린 국민이 적지 않았다.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대학까지 자녀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기업이 나오고 국민의 성금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정부 보상만 지켜볼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나서 유족을 돕겠다는 갸륵한 의지다. 미국 등 해외 거주하는 교민들까지 성금 모금에 나섰다고 한다.

천안함 순국 장병들의 희생을 기리고 유족을 지원하는 사업은 정부와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할 일이다. 국민 성금은 가급적 유족들을 직접 지원하는 데 쓰도록 하되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 자녀 교육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유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투명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되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 차원에서 천안함 기념관을 세워 순국 장병들의 피끓는 애국심을 길이 전해주길 바란다.

김성기 카피리더 kimsong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