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학 백석학술대회… WCC 옹호·비판론 팽팽
입력 2010-04-21 21:58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정체성에 대한 신학자들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백석정신아카데미 개혁주의생명신학본부와 백석대 신학대학원이 20일 오후 서울 방배동 백석대에서 ‘WCC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혁신학 백석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에도 역시 신학자들이 소속된 교단 및 신학적 입장에 따라 상반된 논조를 펼쳤다.
역사신학자인 정병준(서울장신대) 교수는 “WCC는 1950년 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한국 상황과 세계질서에 대한 성명’을 통해 북한군의 남침에 대처해 유엔이 한국에서 경찰활동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며 “WCC가 용공이라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WCC가 정의, 평화, 생태계 보존 등을 강조한다고 해서 사회구원에만 경도돼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68년 WCC 웁살라 총회 보고서는 타 종교인과의 대화에서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며 WCC 노선을 옹호했다. 아울러 한국교회 내 WCC 비판은 WCC의 공식 문건이나 학문적 주장을 진지하게 연구하지 않고 50년대부터 전래된 이야기들의 연장과 확대 재해석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조직신학자인 이승구(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는 “WCC가 성경을 절대화하지 않고 상대화하면서 종교개혁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경 진리의 상대화가 종교개혁의 원리인 ‘오직 성경’만이 우리의 판단 근거와 진리의 기준이라는 주장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WCC는 성경의 뜻을 드러내기 위해 역사비평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심지어 세례와 성찬, ‘이신칭의(믿음으로 의롭게 됨)’ 등 교리에 있어 기독교 입장보다는 천주교와 뜻을 같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많은 교회들이 2013년 WCC 한국총회로 인해 기독교가 성경과 복음에 충실하지 않은 왜곡된 모습으로 세상에 비치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