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를 가다… 19년 대역사 마침표 지도 바꾼 ‘바다의 만리장성’

입력 2010-04-21 21:32


세계 최장의 바닷길이 드디어 열린다. 2010년 4월 27일. 33.9㎞에 이르는 새만금방조제가 공사 시작 19년 만에 대역사의 마침표를 찍는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지난 18일, 준공을 앞둔 새만금방조제를 승용차로 달려봤다.

전북 군산 비응도에 들어서자 바닷바람이 제법 쌀쌀했지만 쭉 뻗은 왕복 4차선 도로는 매끈했다. 아직 정식 개통이 안 된 탓에 양쪽 1개 차선만 통행토록 하고 있었다.

휴일이라 함께 따라 나선 가족들에게 “어느 쪽이 바다고, 어느 쪽이 호수겠느냐”는 퀴즈를 냈다. “지금 달리는 도로는 양쪽으로 30여m에 불과하지만 그 아래 바다 속에 바윗돌로 다져놓은 바닥은 평균 290m, 최장 530m에 이른다”고 일러주자 “와, 정말이에요”하며 다들 놀란다. 중국 만리장성에 견주어 ‘바다의 만리장성’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설명도 곁들여준다.

돌고래공원을 지나자 갈매기떼가 춤을 추며 손님을 반긴다. 이어 신시도와 무녀도, 선유도로 이어지는 ‘고군산군도(群島)’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 방조제를 잇기 전까지 비응도와 야미도, 신시도, 가력도 등은 모두 섬이었다. 그러나 2006년 물막이가 끝나면서 모두 연결돼 주민들이 육지 나들이를 편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신시도광장에 이르자 축구장보다 넓은 곳에서 수천개의 깃발이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준공을 기념해 열리는 ‘깃발축제’를 위해 설치하는 것들이다.

높이 33m, 폭 33m에 이르는 준공기념탑 ‘약속의 터전’에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외지에서 온 관광버스도 여러 대 보였다. 대구에서 왔다는 김모(50)씨는 “TV에서만 보던 곳에 실제로 와보니 엄청난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면서 “조만간 다시 와서 육지가 된 섬들도 찬찬히 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가력도 배수갑문 앞에서 잠시 멈춰 밀려오는 거센 물살과 갑문의 크기에 놀란 뒤 다시 부안 쪽으로 나선다. 1공구인 새만금전시관까지는 도로 높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방조제가 개통되면 인접한 군산과 부안 등은 서해안 최고의 관광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의 기네스북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방조제 준공식에 즈음해 다채로운 축하행사가 열린다. 깃발축제를 시작으로 군산·새만금 마라톤대회, 새만금관광 한·중 사진대회, 가족희망걷기대회, 전국 자전거 축전 등이 지속된다.

깃발축제는 ‘녹색생명의 바람으로, 천년 희망의 깃발을 휘날리자’란 주제 아래 5월 6일까지 10일간 열린다. 22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신시도 광장 6만여㎡를 갖가지 깃발로 뒤덮게 된다.

그러나 방조제가 완공됐지만 ‘새만금’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명품복합도시를 만드는 내부개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2만8000㏊, 서울 면적의 3분의 2에 이르는 간척 토지에 어떤 청사진이 펼쳐질 지 전북도민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조인현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장은 “새만금이 동북아 경제 허브, 세계적인 해상 관광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나머지 공사를 차질 없이 해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새만금=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