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길 미리 알고 떠나면 “올레!”
입력 2010-04-21 17:44
오는 24일 제주에 올레길이 새로 생긴다. 길이는 20여㎞. 이 길이 새로 생기면 제주올레길은 20개 코스 320여㎞로 늘어난다. 2007년 9월 1코스를 선보인 이후 2년7개월 만에 서울-대구간 철로길이의 올레길이 생겨난 셈이다. 내년에 제주도를 한바퀴 도는 올레길이 완성되면 모두 400여㎞. 대략 서울-부산간 거리다. 시흥(始興)에서 종달(終達)까지 놀멍 쉬멍 걸으멍(놀고 쉬고 걷고) 한 달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제주올레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해안선과 한라산, 마을과 마을, 오름과 오름을 잇는 수많은 지선들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이다. 제주올레길을 직접 탐사하고 개척한 서동철씨 조언으로 코스별 특징을 알아본다(www.jejuolle.org).
◇1코스(시흥초교∼광치기해변 15㎞, 5∼6시간)
오름과 바다가 이어지는 올레길로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오르면 성산 일출봉과 우도, 들판과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검은 돌담에 둘러싸인 밭들이 색색의 천을 곱게 기워 붙인 조각보처럼 아름답다. 광치기 해변의 푸른 물빛도 환상적이다.
◇1-1코스(우도 일주 16.1㎞, 4∼5시간)
푸른 초원과 검은 돌담, 그리고 등대가 아름다운 우도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섬. 제주도에 속한 62개의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으로 쪽빛 바다가 장관이다. 우도저수지 옆길을 지나 우도봉에 오르면 꽃양귀비와 크림손클로버 초원을 만난다.
◇2코스(광치기해변∼온평포구 17.2㎞, 5∼6시간)
물빛 고운 바닷길부터 잔잔한 저수지를 낀 들길, 호젓한 산길 등 색다른 매력을 가진 올레길들이 이어진다. 대수산봉 정상에 서면 시흥에서 광치기해변까지 제주 동부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삼성 신화’에 나오는 혼인지도 지난다.
◇3코스(온평포구∼당케포구 22㎞, 6∼7시간)
중산간의 고즈넉함을 만끽하는 올레길로 돌담과 울창한 수목이 운치를 더한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 들러 사진에 담긴 제주의 하늘과 바다, 오름, 바람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3코스의 매력. 중산간 길을 지나면 바다목장 길이 나온다.
◇4코스(당케포구∼남원포구 23㎞, 6∼7시간)
절반은 아름다운 해안 올레고, 절반은 오름과 중산간 올레다. 가마리 해녀올레는 제주 해녀들의 삶을 온전하게 간직한 곳. 35년 만에 복원된 ‘가는개’로 가는 숲길이 압권이다. 토산리 망오름과 거슨새미는 중산간 풍광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5코스(남원포구∼쇠소깍 15㎞, 5∼6시간)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로 유명한 큰엉 경승지 산책길에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까지 이어지는 길로 동백나무 울타리를 두른 마을 풍경이 멋스럽다. 남원읍과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사라지고 묻히고 끊어진 바당올레길 세 곳을 복원했다.
◇6코스(쇠소깍∼외돌개 15㎞, 4시간30분∼5시간)
서귀포 시내를 통과해 이중섭거리와 천지연폭포 위 산책로를 거쳐 외돌개까지 이어지는 해안·도심 올레이다. 해안의 정취를 간직한 소금막과 난대림과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천지연폭포 위 산책로를 걷는다. 누구나 힘 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7코스(외돌개∼월평포구 16.4㎞, 4시간∼5시간)
억새와 들꽃이 만발한 자연생태길 ‘수봉로’를 만난다. 수봉로는 염소가 다니던 길에 삽과 곡괭이로 계단과 길을 만들어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한 길. 너무 험해 갈 수 없었던 두머니물∼서건도 해안 구간도 길이 열려 걷는 재미를 더한다.
◇7-1코스(월드컵경기장∼외돌개 15.6㎞, 4시간∼5시간)
제주 중산간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호흡하며 걷는 올레길로 위로는 한라산, 아래로는 서귀포 전역을 조망할 수 있다. 기암절벽과 천연 난대림에 둘러싸인 중산간 비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제주에서는 보기 드물게 논농사를 짓는 지역도 만난다.
◇8코스(월평포구∼대평포구 16.3㎞, 5시간∼5시간30분)
포구에서 시작해 포구에서 끝나는 코스로 용암이 굳으면서 절경을 빚은 주상절리와 흐드러진 억새가 일품인 열리 해안길을 걷는다. 해녀들만 다니던 거친 바윗길을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평평하게 고른 ‘해병대길’을 지나는 맛도 그만이다.
◇9코스(대평포구∼화순해수욕장 9.1㎞, 3시간∼4시간)
작고 정겨운 대평포구에서 시작해 말이 다니던 몰질을 따라 걸으면 보리수나무가 우거진 볼레낭 길이 나온다. 지난해 제주올레가 새롭게 개척한 숲길. 제주의 원시 모습을 간직한 안덕계곡은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꼽힌다.
◇10코스(화순해수욕장∼모슬포항 15㎞, 4시간∼5시간)
국토 최남단의 산이자 이중분화구로 유명한 송악산을 넘는 것이 특징. 송악산 분화구 정상에 서면 마라도와 가파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산방산과 오름군, 한라산의 비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산방산 아래의 소금막 절경도 눈길을 끈다.
◇10-1코스(가파도 일주 5㎞, 1시간∼2시간)
가파도는 한국의 유인도 중에서 가장 낮은 섬으로 느리게 걸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가파도 올레길은 걷기 위한 길이 아니라 머물기 위한 길이다. 올레길을 걷느라 수고한 심신이 하루쯤 쉬는 가는 곳으로 4월의 청보리밭이 인상적이다.
◇11코스(모슬포항∼무릉2리 생태학교 21.5㎞, 6시간∼7시간)
일제가 공군 병력을 집결시켰던 야욕의 현장인 알뜨르 비행장과 4·3사건 이후 최대의 양민 학살이 자행된 섯알오름이 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증언한다. 모슬봉에 오르면 억새 사이로 드넓게 펼쳐진 제주 남서부 일대의 오름과 바다가 보인다.
◇12코스(무릉2리 생태학교∼절부암 17.6㎞, 5시간∼6시간)
해안을 따라 서귀포시 전역을 잇고 제주시로 올라가는 첫 올레길. 무릉 2리부터 용수포구 절부암까지 들과 바다, 오름을 따라 걷는다. 신도 앞바다에 위치한 거대한 도구리(소나 돼지의 먹이통으로 사용한 넓적한 그릇)의 모양도 신비롭다.
◇13코스(절부암∼저지마을회관 15.3㎞, 4시간∼5시간)
해안을 따라 걷던 제주올레의 지도가 내륙으로 방향을 틀어 숲길을 지난다. 출발점인 용수포구에서 바다와 이별한 올레길은 중산간으로 이어진다. 용수저수지와 숲을 지잔 올레길은 작은 마을 낙천리를 만나고 다시 숲과 오름을 오른다.
◇14코스(저지마을회관∼한림항 19.3㎞, 6시간∼7시간)
돌담길, 밭길, 숲길, 나무 산책로가 깔린 바닷길, 자잘한 돌이 뒤덮인 바닷길, 고운 모래사장 길, 마을길 등이 차례로 나타나 지루할 틈이 없다. 바다에서는 비양도를 내내 눈에 담고 걷는다. 걸을수록 조금씩 돌아앉는 비양도의 모습도 흥미롭다.
◇15코스(한림항∼고내포구 19㎞, 6시간∼7시간)
바다를 떠난 길은 다시 바다를 향한다. 15코스는 한림의 바다에서 출발해 중산간의 마을과 밭, 오름을 돌아 다시 고내포구의 바다에 이르는 올레길이다. 해질녘 배염골 올레 옆 나무에 걸리는 붉은 해가 올레꾼들에게 짙은 여운을 준다.
◇16코스(고내포구∼광령1리사무소 17.8㎞, 5시간∼6시간)
고내에서 구엄까지의 쪽빛 바다, 아직도 하얀 소금기가 햇빛에 빛나는 소금빌레, 낚시꾼들이 한가롭게 세월을 낚는 잔잔한 저수지, 삼별초가 항전을 벌였던 옛 토성 등이 눈길을 끈다. 올레길에는 만나는 마을은 평화롭고 소박하다.
제주도=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