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노인대학 다니며 제2 인생사는 할머니들
입력 2010-04-21 15:32
‘현재 한국 사회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1%를 차지하며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출생률이 저하돼 전체 인구에서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핵가족화 및 노인부양 의식 약화로 경제·건강·여가활용 등 노인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교회는 인력·시설·조직 등 다양한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양적 성장에 비해 사회복지 참여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일부 교회에서는 사회봉사를 실천하고 지역사회 노인 복지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노인대학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정발산동에 위치한 산성교회 윤원영 담임목사는 노인인구는 늘어가는데 이들을 위한 문화, 교육, 건강 등 여가 프로그램이 전무한 현실이 안타까워 1999년 노인대학을 열었다. 윤 목사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자아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즐거움, 노년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봉사 차원에서 배움의 터로 푸른노인대학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푸른노인대학은 종교에 관계없이 일산 지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모집했다. 오방지(68·고양시 후곡동) 성도, 최연숙(78·고양시 일산동) 권사 등 대부분 노인대학 학생들은 종교 제한이 없다는 말에 노인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노인대학을 다니며 윤 목사와 교사들이 진심으로 노인을 공경하는 모습에 감동해 거의 모든 학생들이 교회에 등록하고 열심히 섬기고 있다.
오씨는 절에 35년간 다닌 독실한 불교신자였다. 그러나 중학교를 미션스쿨을 다녀서 찬송가, 주기도문이 익숙했다. 절에 다닐 때도 괴로울 때는 ‘이 몸의 소망 무언가’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 흥얼거려 깜짝 놀라곤 했다고 한다.
“자녀들은 교회에 다녔고 저도 교회에 오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선뜻 오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목사님이 심방 오셔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교회에 나오기로 결심했어요.”
그는 노인대학에 만 3년째 다니고 있다. 결국 지난해 세례도 받았다. 딸과 함께 살며 자주 마찰이 있었으나 노인대학에서 특강을 듣고 변화받아 딸과의 관계도 좋아졌다.
최 권사는 담임목사와 교역자들이 섬기는 모습을 1년간 지켜보다 1999년 4월 7일 개강예배를, 12월 5일에는 영접예배를 드렸다. “교역자들이 책임에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와 공경하는 모습을 보고 결심했어요.”
최 권사는 불교 집안에서 자라 불교 집안으로 시집갔다. 3남2녀의 자녀를 둔 최 권사는 둘째아들이 사별하면서 집안일을 해주느라 아들·손자와 함께 살았다. 최 권사는 집사였던 며느리로 인해 전도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집안일을 하다 보니 성경 한 줄 읽을 시간이 없었다. 신앙생활에 집중하고 싶어 교회 옆으로 이사했다. 매일 교회 문을 열고 불을 밝혀 새벽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한 달에 한번 있는 교회 봉사에도 참여했다. 최 권사는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다.
“언제나 주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믿기에 절대 외롭지 않고 늘 행복해요.”
노인대학에서 다시 태어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최 권사는 노인대학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교회는 살아 있는 그날까지 섬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양=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