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암살 지령’ 남파간첩 2명 구속… ‘접선’ 고정간첩 파악 중
입력 2010-04-20 23:06
1997년 한국으로 망명한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고 북한에서 직파된 간첩 2명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와 국가정보원은 20일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 소속으로 위장 탈북한 뒤 황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살인예비음모 등)로 김모(36)씨와 동모(36)씨를 구속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11월 ‘황씨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해 12월 중국 옌지 등을 거쳐 탈북자로 가장한 뒤 올 2월 태국에서 강제추방 형식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탈북 과정에서 가명을 사용해 입국했으나 국정원 등의 합동심문 과정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고 황씨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등은 98년 북한 노동당에 입당해 2004년부터 공작원 교육을 받았으며 인민군 소좌계급을 갖고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황씨가 자주 다니는 병원이나 장소, 만나는 사람 등의 동향을 파악한 뒤 구체적인 살해 계획을 지시받기로 돼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소속된 정찰총국은 2006∼2007년 남북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단장이었던 김영철 상장이 총국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에 대한 살해협박은 처음이 아니다. 2004년 3월과 2006년 12월에 황씨의 사무실에 섬뜩한 내용의 유인물과 함께 도끼가 배달되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 등과 접선하려던 국내 고정간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소재를 파악 중이다.
북한 주체사상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는데 깊이 관여한 황씨는 97년 2월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해 필리핀을 거쳐 입국했다.
이제훈 임성수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