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에 술·금품·性 접대” 주장 파문…건설업자 “25년간 57명 로비, 처벌해달라” 진정

입력 2010-04-21 00:43

경남지역 건설업체 대표인 정모(51)씨가 25년간 검사 57명에게 10억원대가 넘는 금품과 향응, 심지어 성 접대를 제공했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검찰에 제출되고, 관련 방송까지 방영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 불만을 품은 정씨의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지만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다시 한번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정씨 주장의 요체는 자신이 1984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부산과 경남 일대 검사들에게 향응을 제공했고, 서울로 원정까지 와서 접대했다는 것이다.

검찰 체육·등반대회 때 스폰서는 물론이고 환송식 비용도 댔으며 한달에 두 번씩 지청장급에게는 100만원, 부장검사는 50만원, 평검사는 30만원의 촌지를 줬다는 내용도 있다. 근무지를 옮기는 검사에게는 순금 5돈으로 된 마고자 단추를 선물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정씨는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검사에게 10억원이 넘는 돈을 향응 등으로 제공하는 데 사용했다”며 “특히 경남 진주에 근무했던 검사 대부분은 향응 뒤 성매매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검찰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 사실을 폭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폭로 내용이 담긴 A4 용지 2쪽 분량의 자필 진정서를 지난 2월 부산지검에 제출했다. 그는 검찰 조사가 이뤄진다면 향응 받은 검사 명단은 물론 당시 장소, 수표번호까지 모두 제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한 데 대한 불만으로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2008년 12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씨가 검찰 내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오히려 사기 혐의로 지난해 8월 추가 기소되자 앙심을 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신병치료를 이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는 정씨에 대해 이날 구속집행정지 취소를 신청했다. 자택과 병원을 벗어나 언론과 접촉하는 등 신병치료 목적 외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와 단순히 알고 지내면서 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마녀사냥에 가깝게 매도하는 것은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정씨 진정과 관련해 사건을 배당하고 진정인 조사를 하려 했으나 정씨가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정씨 주장이 얼마나 파괴력을 가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정씨가 갖고 있는 관련 자료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알 수 없고 향응을 제공했다는 주장을 이제 와서 하게 된 이유도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면서도 지난해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스폰서 검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물러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스폰서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찰 역시 간부 출신인 하모씨가 2001년 1월과 3월 정씨로부터 “경찰청장 내정자에게 부탁해 총경으로 승진하도록 도와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로비금 명목으로 5000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자 당황해하고 있다.

이제훈 임성수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