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확한 원인규명 위해 협조해달라”

입력 2010-04-20 22:39


李대통령·여야 3당 대표 오찬간담 이모저모

1년 만에 이뤄진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들의 20일 오찬 간담회는 1시간43분간 진행됐다.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과 진상규명, 북한 개입 여부, 군의 대응 문제 등이 화두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들에게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기다려 달라”며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간에는 ‘북풍(北風)’을 둘러싼 설전도 벌어졌다. 발언 순서는 이 대통령, 정세균 대표, 이 대표, 이 대통령 순으로 진행됐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야당 대표들을 배려, 발언을 자제했다고 한다.

◇북한 개입 가능성=이 대통령은 신중한 입장을, 정세균 대표는 철저한 원인 규명을, 이 대표는 북한 개입일 경우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결론을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감출 것이 없고, 나오는 대로 다 공개할 것이기 때문에 조사 과정과 결과에 대해 기다리면서 믿음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개입 여부는 오래 가지 않아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이 전했다. 정세균 대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해야 한다. 원인이 밝혀진 다음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이 되면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정부가 북한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 제재는 물론 통행 차단,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벗어난 북 함정 격파,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 실시 등 강경 조치를 주문했다. 이 대표는 “기다려 달라”는 이 대통령의 신중한 입장에 “북한 개입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의미라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풍 설전=이 대통령은 “정치권 일부에서는 북풍을 얘기하는 분이 있더라. 내가 북풍을 하겠다고 하면 처음부터 북한 소행 같다고 얘기하지 않았겠느냐. 정치적으로 하지 않고 신중하게 하고 있으니 야당도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진상을 규명한 이후 확고한 대응 조치가 필요한데, 북풍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자 정세균 대표는 “우리는 북풍이라는 단어를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고, 이 대표는 “국가 안보의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조사 객관성 논란=이 대통령은 “미국의 전문가, 중립국가인 스웨덴, 해양국가인 호주 영국 등 4개 나라가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조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보고서에도 합동으로 사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투명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세균 대표는 침몰 사고의 책임 선상에 있는 군 관계자의 조사 배제를 요청했다. 그는 “조사 과정을 독점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은 9·11 사태 당시 공화당과 민주당이 동수 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했고, 1986년 챌린저호 추락 사고 조사에서는 NASA 당국자들이 완전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몽준 대표는 “좋은 사람을 추천하겠는가”라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더 좋은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책론=정세균 대표는 “사고가 난 지 25일이 됐기 때문에 지금 드러난 문제만 갖고도 문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문책은 조사가 끝난 뒤 하는 게 옳다. (지금 문책한다면) 어딘가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을 공격자가 만족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책임을 안 묻겠다는 것이 아니고 냉정하게 묻겠다는 것”이라며 “군의 사기도 고려하면서 책임을 더 엄격히 묻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두 분(야당 두 대표)도 제 입장이면 같은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천안함 구조 활동 중 침몰한 금양호 선원들에 대한 정부 지원도 건의됐다. 이 대표가 “정부 차원에서 금양호 대책을 세워 달라. 분향소도 따로 설치하고, 장례 준비도 해 달라”고 건의하자 이 대통령은 “좋은 말씀이다.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선원 가족들에게) 전해 달라”고 답했다.

남도영 김나래 강주화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