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 100일 신음하는 난민들… 천막 거주 210만명 장마 걱정
입력 2010-04-20 18:39
아이티 소년 제임스(13)는 아직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의 고향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제임스는 지금 다른 아이티 아이들 7명과 함께 미국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의 슈라인 아동병원에 있다. 21일은 포르토프랭스에 지진이 발생해 아이들이 뼈가 부러지고 화상을 입은 지 꼭 100일째가 된다.
매사추세츠 지역 소식지 매스라이브닷컴은 치료를 받아온 8명의 어린이 중 제임스 등 6명이 완치돼 집에 갈 수 있게 됐다고 20일 보도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 이민국, 국토안보부, 아이티 출입국사무소 등의 서류작업에 시간이 걸려 병원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서류작업이 끝나도 문제다. 이 아이들 중엔 부모를 잃고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도 있다.
포르토프랭스에선 아직도 지진 이재민 210만여명이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거의 매일 밤 폭우가 내려 천막촌은 진흙탕으로 변하고 있고, 산사태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민들을 안전지대로 이주시키려는 아이티 정부의 계획도 지지부진하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18일 보도했다. 포르토프랭스 북쪽 15㎞ 떨어진 첫 번째 이주지역 코레일에는 28㎢ 땅에 7500명이 생활할 수 있는 새 텐트촌이 19일 마련됐다. 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데니스 섀넌은 “사방을 둘러봐도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며칠 전 이곳을 방문한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은 여기에 공장을 세워 3만개의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장이 들어서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것이다. 장마는 다음주부터 시작된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아이티 재건을 위한 국제회의에서는 아이티에 향후 10년 동안 344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제구호단체와 미국 캐나다 한국 등 60개국이 약속한 지원 금액은 모두 110억 달러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