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재가 항공·온난화·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항공업계 “위험 과장” vs 항공당국 “엔진 손상”
입력 2010-04-20 21:57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에 따른 화산재 구름을 둘러싸고 그 유해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일간의 항공기 결항으로 손실을 입은 항공업계는 ‘위험과장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인체 및 지구 날씨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여러 견해가 쏟아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지오반니 비시냐니 회장은 19일 “이번 비행금지 조치는 유럽식 혼란”이라며 유럽 정부와 과학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이론적이고 수학적인 모델이 아니라 실제 시험 비행에 근거해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며 이번 조치를 ‘탁상행정’으로 몰아세웠다고 유럽의 인터넷매체 에미닷컴 등이 보도했다.
하지만 학계와 각국 항공당국은 화산재 위험을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화산재엔 각이 진 미세 암석과 규산염 입자가 들어 있어 항공기 표면뿐 아니라 엔진에 손상을 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괴테대학 요아킴 커티어스 교수는 “조종사들은 어디에 화산재가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 비행금지 조치를 옹호했다. 영국 왕립공학원 스튜어드 존 박사도 “화산재가 있는 고도 4만 피트(feet)를 피해 2만 피트로 저공비행하면 안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류에 따라 화산재 높이가 변할 수 있다”고 위험성을 강조했다.
화산 폭발을 통해 엄청난 이산화황과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체 건강 및 지구촌 날씨에 미치는 영향도 관심이다. 화산은 폭발할 때 이산화황을 성층권으로 내보내고, 그곳에서 이산화황은 연무 상태(에어로솔)의 황산물로 바뀐다. 에어로솔은 태양을 반사하는 역할을 해 역사상 대규모 화산폭발은 지구의 온도를 낮췄다.
그렇다면 이번 화산 폭발은 어떨까. 특히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은 지난 14일 폭발했지만 분출은 한 달 전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한 달 더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대기연구센터 카스파 암만 연구원은 “현재까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은 지구 온도를 식히기엔 분출량이 너무 적다”고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일 밝혔다. 물론 분출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인체에 대한 유해성 여부도 관심이다. 아이슬란드 화산에서는 하루 평균 15만∼30만t의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 파리의 지구물리학연구소(IPG)는 추정했다.
이는 중소 규모 국가가 연간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식 등 폐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실내에서 생활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번 화산재가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질병통제센터는 “특히 화산재가 5000∼8000m 상공에 있기 때문에 인체에 큰 영향은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다우존스가 20일 보도했다. 아일랜드 보건당국의 자문 의사인 케빈 쾰러 박사는 “설사 화산재가 비에 섞여 내려도 비가 나쁜 영향을 상쇄시켜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