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전교조 명단 공개’ 정치권 새 쟁점

입력 2010-04-20 18:28

이념 논쟁 비화땐 지방선거 큰 변수

6·2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둔 미묘한 시기에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격적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이 문제가 정치적, 이념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전교조는 1989년 5월 진보적 교원단체로 설립된 뒤 20년 이상 우리 사회 이념 대립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었다.

조 의원의 명단 공개로 인해 이념 논쟁이 가열될 경우 지방선거는 물론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전국 교육감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명단 공개 하루 만인 20일 정치권은 물론 교육계와 인터넷 등에서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보수세력이나 진보진영의 결집 현상이 나타날 경우 선거 판도는 더욱 혼미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은 명단 공개를 ‘고도의 선거 전략’으로 규정하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적 후보에게 뒤지던 공정택 후보가 막판에 보수 세력 결집을 유도해 당선됐었다”며 “(야권에 유리한) 무상급식 문제가 선거의 이슈로 부상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또 ‘정권심판론’ 무마용으로 이념 논쟁거리를 던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교육위 소속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명단 공개는 이념 논란을 유도해내기 위한 미끼”라며 “이에 맞대응하는 것 자체가 저쪽(여당) 선거 전략에 말려드는 일이라 대응을 자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위 소속 야4당 의원들은 이날 비난 성명을 발표하려다 전격 취소했다.

한나라당은 명단 공개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의 알권리에 부응한 타당한 조치”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당이 앞장서서 이번 사안을 부풀리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여당 고위 당직자는 “조 의원 개인행동이고 교육계의 이슈이지 당에서 표를 노리고 한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야 지도부가 애써 모른척하고 있지만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게 양측의 공통된 판단이다. 특히 향후 보수계열 뉴라이트 학부모회 등이 나서서 전교조 교사의 노조 탈퇴 요구와 교단 퇴출 운동을 벌일 경우 사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념 논쟁이 각 유권자들의 안방까지 확산될 경우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