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별 이름 알파벳+숫자… 휴대전화·자동차 ‘作名 전쟁’
입력 2010-04-20 21:47
‘제품 이름을 잘 지어야 마케팅 파워가 강해진다.’
제품명을 소비자 뇌리에 각인시키기 위한 산업계의 작명(作名) 전쟁이 치열하다. 휴대전화 업계에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탑재 스마트폰에 우주와 관련된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뚜렷하다. 자동차 업계에선 중구난방으로 새 이름을 붙이는 대신 브랜드명을 통일시키는 추세다.
다음주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첫 안드로이드폰 이름은 ‘갤럭시(Galaxy·은하계)’다. 삼성은 이후에 나올 모든 안드로이드폰 이름을 ‘갤럭시+알파벳이나 숫자, 한글’ 형태로 지을 계획이다. 다만 윈도모바일 OS 탑재 스마트폰은 ‘옴니아’ 계열로, 자체 개발 OS인 ‘바다’를 쓰는 스마트폰은 ‘웨이브’로 통일해 갤럭시 시리즈와 차별화하기로 했다.
삼성 갤럭시와 맞붙게 될 팬택 스카이의 첫 안드로이드폰은 ‘시리우스(Sirius·가장 밝은 별)’다. 사내 공모와 네이밍 전문업체의 자문을 거쳐 고심 끝에 결정된 이름이다. 팬택은 이후 내놓을 모든 안드로이드폰에 별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오닉스, 카탈론, 미라크 등 10여개 행성 이름에 대한 상표권 등록도 마쳤다.
삼성과 팬택이 우주를 테마로 안드로이드폰 이름을 짓는 것은 우주의 신비롭고 광활한 이미지를 제품에 투영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의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안드로이드 마켓’이 우주처럼 드넓어 활용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뜻이다. OS가 폐쇄적인 애플 아이폰에 맞서 안드로이드 OS의 개방성을 강조하는 의미로도 연결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는 유럽식 작명법과 기존 히트 브랜드 이름을 계승하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준대형 세단 ‘K7’에 이어 다음달 중형 세단 ‘K5’를 내놓는다. 기아(KIA), 한국(Korea), 강함(그리스어 Kratos) 등의 머리글자 K에 중형과 준대형을 나타내는 숫자 5, 7을 조합했다. 기아차는 15개월 동안 해외 네이밍 회사의 자문을 받고 첨단 신경과학 기법을 동원한 차명 검증 과정을 거쳐 이 이름을 얻었다.
알파벳에 숫자를 붙이는 알파뉴메릭(alphanumeric) 방식은 국내에서 르노삼성자동차의 SM 시리즈에 이어 두 번째다. BMW, 벤츠, 아우디, 푸조 등 유럽 명차 상당수가 이 같은 방식으로 차명을 짓는다. 기아차는 브랜드의 통일성을 기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내에선 이례적인 알파뉴메릭 방식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전에는 신차에 새 이름을 붙이는 것이 신차 효과를 높인다고 여겨 수많은 차명이 난립했지만 최근엔 ‘투싼ix’ ‘쏘렌토R’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식으로 기존 브랜드명을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이름을 유지하면 신선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새 이름을 만드는 경우보다 적은 홍보 비용으로 그동안 쌓아놓은 브랜드 가치를 키워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