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진실] 北 도발로 밝혀지면… 美, 안보리 논의·中 의중이 제재 변수
입력 2010-04-20 22:46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공격으로 밝혀질 경우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소행으로 판명될 경우 안보리 회부를 고려할 수 있다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언급에 대해 “그것(안보리 회부)은 모든 국가가 갖고 있는 권리”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며, 한국과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롤리 차관보의 언급은 미국의 원론적 입장을 간명하게 밝힌 것이다. 그러나 그가 미국 정부 입장에 대한 질문에 ‘아직 원인이 확실치 않다’는 식으로 피해가지 않고 답변한 것은 한국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주 후반부터 국무부 관계자들의 언급은 북한 연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침몰 원인 규명 후 6자회담 재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처음으로 천안함 사건과 북한을 연결지어 언급했다. 15일엔 크롤리 차관보가 “북한 행동이 6자회담 재개 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 쪽에서는 북한 연루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란 예상들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조사 결과 북한의 공격으로 드러나면 이는 명백한 유엔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 안보리에서 논의할 근거가 있게 되는 것이다. 안보리 회부는 천안함 사건이 국제적 이슈가 된다는 뜻이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책임을 추궁하고 제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안보리로 가져가려면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와 2006, 2009년 두 번의 핵실험은 명백한 북한의 행위였다. 잠수함 침투 사건으로 안보리 의장 성명이, 핵실험으로 대북 제재결의(1718호, 1874호)가 채택됐다. 북한 어뢰나 기뢰에 의한 폭발이란 결정적 물증이 없는 한 안보리 상정은 쉽지 않다.
안보리 상정 과정 또는 상정된 이후 논의 과정에서 중국의 의중은 결정적이다. 중국이 추가적인 대북 제재에 미온적일 가능성은 높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한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거나 한반도 위기지수가 높아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핵실험 이후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찬성하고 어느 정도 협조하고 있지만 제한적”이라면서 “중국이 전적으로 대북 제재에 들어간다면 북한으로선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추가 대북 제재가 이뤄진다 해도 중국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지금과 별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안보리는 군사적 옵션도 갖고 있다. 유엔헌장 7장은 경제나 외교 관계 단절 같은 비무력적 조치(41조)와 함께 봉쇄, 군사 작전을 포함하는 무력조치(42조)도 규정하고 있다. 물론 군사적 옵션은 낮은 수준부터 여러 단계의 강도가 있지만 안보리가 이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