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진실] 천안함 북 연루說에 북한 전문가 “납득 안돼”
입력 2010-04-21 08:41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싸고 북한 연루설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합동조사단도 북한 연루설을 입증할 물증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북한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이 의심을 받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벌어진 대청해전의 복수를 천명해 왔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였다는 측면이다. 마지막으로 북한 외에 공격의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함미 인양 후 외부 공격에 의한 피격이 거의 확실시되자 이 주장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이유는 딱히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북측이 실제로 공격을 했다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인민생활 향상, 대미관계 개선, 대중국 경제관계 확대를 세 가지 최우선 과제로 볼 때 그동안 북한 지도부의 행동은 예측 가능했다”면서 “천안함을 공격할 경우 핵심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것을 북한 지도부가 예측 못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세 가지 목표를 향한 출발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천안함 침몰 당시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였다. 방중 결과에 따라서는 남북, 북·미 관계의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는 시점이었다. 북한이 김 위원장 방중을 계기로 중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고 그 대가로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이다. 이후 북한은 6자 예비회담과 북·미 양자대화를 통해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도모할 것이라는 게 유력한 수순이었다.
천안함 사태 후 이런 긍정적인 흐름은 무기한 연기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 이후로 미루자 북한이 중국에 줄 ‘선물(6자회담 복귀)’은 사라졌다”면서 “중국이 북한에 김 위원장의 방중 연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백령도 해역은 조류가 빠른데다 우리 어선의 그물과 중국 어선들이 버리고 간 폐그물 때문에 잠수함·정이 기동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험과 여러 손실을 감수하고 값비싼 최신형 어뢰를 싣고 와 ‘버블제트’ 현상으로 우리 함정을 침몰시킬 이유는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이 버블제트 기능이 있는 첨단 어뢰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도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의 의도와 무관하게 군부가 움직였다는 분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지도부 수준에서 보는 국제정세와 하부 조직에서 판단하는 정세는 다를 수 있다”면서 “2002년 2차 연평해전 당시 북한은 기습 도발 후 핫라인을 통해 ‘우발적 사고였다’고 유감을 표명했던 것이 그 예”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제정세에 어두운 북한 군부가 대청해전 복수를 벼르다 도발을 했다는 의미다. 물론 북한 지도부 승인 없이 군부가 남한 함정을 어뢰로 공격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