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부 집사의 애틋한 성금 5000만원 “위기 소녀에 쉼터 마련해주세요”
입력 2010-04-20 18:16
크리스천 부부 한 쌍의 조용한 선행이 주위에 감동을 전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에서 호계실버타운을 운영하는 송호엽(55)·김숙자(53) 미문선교교회 집사 부부는 최근 ‘청소년의미래 FOR YOU’(소장 예용선 사모)가 추진하고 있는 위기(가출) 여자 청소년을 위한 쉼터 건립에 써 달라며 5000만원을 쾌척했다. 3000만원은 건물 보증금이고, 2000만원은 공사 대금이다. 또 건물 월세 150만원을 2년간 부담키로 했다. 부부는 위기 청소년을 위해 지난 한 해 25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송 집사 부부의 후원으로 ‘청소년의…’는 위기의 여자 청소년 중장기 쉼터인 ‘호숙 생활관’을 내달 2일 안양시 호계동에 연다. 이에 따라 미혼모나 학대와 방임, 폭력 등에 시달리는 위기의 여자 청소년을 보호하면서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송 집사 부부의 선행이 이어지자 각계에서 찬사가 나오고 있다. 19일 저녁 호숙 생활관 개관 준비를 돕기 위해 방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필운 안양시장은 “참된 신앙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부부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며 “많은 사람이 두 분의 선행을 본받으면 아름답고 복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부부는 주위의 찬사를 부담스러워 한다. 부부는 “신앙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뜻하지 않게 미화되는 것 같다”면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주님의 뜻을 거스를까 걱정한다.
송 집사 부부의 선행이 더욱 값진 것은 자신보다 먼저 이웃을 돌아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충실하려는 자세다. 부부는 어머니를 모시면서 다섯 식구가 18평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다.
자동제어시스템 분야의 IT 전문가인 송 집사는 사업을 하다 1990년대 말 국내에 몰아닥친 IMF 한파에 처절한 실패를 경험했다. 그때부터 방황하던 그는 하나님을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세상사에 매몰돼 멀리했던 신앙심을 되찾아 기도에 매달리던 중 하나님이 임한 것이다. 힘을 얻은 그는 2003년 노인요양원을 시작했고, 때마침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 그때부터 송 집사 부부는 ‘하나님이 거저 주신’ 수익금을 이웃과 나누기 시작했다.
‘청소년의…’ 상임이사 한관희 목사는 “송 집사님 부부는 늘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보이지 않게 기부활동을 해 왔다”며 “두 분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따 쉼터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송 집사 부부는 아이티와 칠레, 중국 등 재난 지역 주민들 돕기에도 누구보다 앞장선다. 또한 정부의 손길이 덜 미치는 각종 복지시설에도 꾸준히 도움을 전하고 있다.
안양=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