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에서 표 얻을 계산은 버려야

입력 2010-04-20 19:04

천안함 사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오찬 간담회는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도출해내지 못한 채 끝났다.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와 군의 위기대응체계 보완이라는 포괄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어정쩡한 합의를 이뤘을 뿐이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을 설명한 뒤 미국과 중립국인 스웨덴 전문가까지 포함된 합동조사단의 활동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겠다면서 그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협조해 달라고 정치권에 당부했다. 최종 물증이 나올 때까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기존 자세를 재확인한 것이다. 함미 인양으로 내부가 아닌 외부의 폭발로 천안함이 침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함수가 인양돼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는 만큼 현 단계에서 이 대통령의 신중론은 적절하다고 하겠다. 간담회에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국정조사 수용을 이 대통령에게 불쑥 요구한 것은 성급했다.

군을 개혁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초계함이 무방비 상태로 두 동강 나고, 보고 지연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야당 대표들이 지적하자 “상당 부분 개선의 여지가 있다”며 더 근본적으로 국방선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을 안 묻겠다는 게 아니라 냉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침몰 원인 규명 이후 군 수뇌부에 대한 문책과 함께 효율적인 위기관리 및 대응 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대표는 즉각적인 문책인사를 주문했다. 조사받을 사람이 조사하면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의 언급처럼 지금 문책하는 것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공격자를 만족시키는 행위’일 뿐이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군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이 연루됐다는 물증이 나올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다양한 형태의 후속대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어제 회동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들렸지만, 소통 노력을 배가해 후속조치 마련에는 한마음이 돼야 한다. 야비한 기습으로 온 국민을 비통에 빠트린 공격자를 단호히 응징하는 데 여야가 따로 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