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교조라고 명단 못 밝힐 이유 없다

입력 2010-04-20 19:04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와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사 관련 5개 단체의 명단과 학교를 공개한 것이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학부모단체들은 대체로 환영을 표한 반면 해당 교사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조 의원은 교원의 단체활동 근거는 학부모가 위탁한 교육권에서 파생된 권리이므로 학부모가 교사들의 단체 활동을 알려는 권리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전교조 등은 명단 공개가 법이 보장한 교사들의 자유로운 단체 활동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전교조 등의 주장도 일리가 있으나 명단 공개가 갖는 명분을 앞설 수는 없다고 본다. 교사가 어떤 성향의 교원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지는 납세자이자 교육수요자의 중요한 알권리에 속한다. 교사들의 사생활 등 기본권은 보호돼야 하지만 교원단체 가입여부가 반드시 보호돼야 할 기본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이 자녀의 교육권을 뒷받침하기 위해 교사 개개인의 교원단체 가입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

이번 공개에 아쉬움은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전교조의 명단공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 15일 “실명 자료를 인터넷이나 언론에 공개해선 안 된다”고 결정한 상황에서 명단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입법하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법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이런 모습이 연출된 데는 사법부의 엇갈린 판결도 한몫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 11일 조 의원에 대한 교과부의 전교조 명단제출을 금지해 달라는 전교조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전교조 교사 개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명단 공개 자체는 바람직했다. 전교조 등도 그 활동이 떳떳하다면 굳이 공개를 꺼리거나 막을 필요가 없다. 당당하게 회원 명단과 활동 여부를 알리고 교육소비자들의 평가와 선택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이번 명단 공개가 교사단체들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더 투명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