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몰입경영과 CEO
입력 2010-04-20 18:16
꽃 범벅인 4월, 나른함이 쇄도하는 5월은 수험생들에게 시련의 때다. 학기 초 목표를 세우고 의지의 날을 갈았다가 슬슬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시기와 화사한 봄날이 겹치는 탓이다.
마음을 다잡아도 몰입은커녕 그저 저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 꽃바람이라도 쐬면 좀 나아질까 생각하다가도 지레 움츠러들었던 시절. 삼십 수년 전 겪었던 맘고생이 어제 일처럼 새롭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부모와 선생님의 역할이다. 책 붙들고 있는 시간이 많다고 성적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집중과 몰입을 유도하는 지혜가 아쉽다. 이른바 자녀 경영이요, 수험생 관리다. 공교육은 풀이 죽고, 부모도 그저 학원비만 떠맡는 게 요즘 풍조라지만 이래선 실패하기 십상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타워스 왓슨이 한국을 포함한 22개국 2만여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원 몰입도를 조사한 ‘글로벌 인적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의 업무 몰입도 비율은 6%로 전세계 평균인 21%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직원 몰입도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성공을 위해 시간 두뇌 에너지 등을 얼마나 자발적으로 투자하느냐를 따진 지표다. 몰입도가 낮다는 것은 직장생활을 대충 하는 이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매출 증대, 비용 절감, 수익성 및 혁신 등의 기업 성과에 그대로 드러난다.
좀 비약해서 말한다면 한국 직장인들이 세계 평균 수준으로 업무에 몰입만 하면 GDP는 3배 이상 늘어난다는 얘기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직장인이 전체 취업자의 약 70%이고 GDP가 업무 몰입도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기에 그보다는 덜하겠지만 전혀 엉뚱한 얘기는 아니다.
타워스 왓슨은 몰입도가 낮은 원인을 리더십의 위기로 봤다. 여기서 말하는 리더십은 경영진이 조직의 성공적인 관리를 위해 인재 육성과 직원들의 복지에 얼마만큼 관심을 갖고 경영에 임하느냐를 뜻한다. 그런데 한국 직장인의 경우 인재 육성과 직원 복지에 대한 경영진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30% 전후로 세계 평균보다 10% 포인트 이상 낮다.
오늘날 글로벌 경쟁시대에 기업 경쟁력의 초점이 인적자원의 능력 여부로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직장의 현실은 자못 심각하다. 성과 달성만 앞세워 쥐어짜기 식의 기업 경영은 흔들림 많은 수험생 자녀의 아픔도 헤아리지 못하면서 무턱대고 책상에 오래 앉아 있기만을 바라는 생각 짧은 부모들과 참 많이 닮았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