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 은행 콧대 꺾였나… 서민·자영업자에 “돈 갖다 쓰시죠”
입력 2010-04-20 22:10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의 영업형태가 크게 변하고 있다.
금리 하락으로 수익이 줄어든 은행들이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자동차 할부금융과 창업지원, 저신용자 등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커 대출을 기피했던 대상에 대해서도 돈주머니를 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공익성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이 달라졌다=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서민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심사기준을 완화하거나 금리 우대혜택을 주는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신용카드 가맹점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에게 0.3% 포인트의 금리 감면을 해주는 ‘신한 마이숍 가맹점팩’을 출시했다. 이 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기 위해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의 대출 심사기준도 최근 완화시켰다. 기업은행은 최대 3000만원까지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소기업·소상공인 등 자영업자 전용대출 상품인 스마트론을 지난 8일 출시했다. 담보가 부족한 자영업자를 위해 경기신용보증재단의 신용보증서 발급 신청까지 처리해 주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우리은행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소호V론’의 금리를 0.2% 포인트 인하했고, 국민은행은 ‘KB소상공인네트워크론’ 등 5개의 자영업 전용 대출상품을 판매 중이다.
그동안 자영업자들은 월수입이 일정치 않고 계절이나 경기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며 은행이 대출을 꺼려왔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새로운 수익원 찾아라=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금융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예금이 몰려 여유자금이 넘쳐나게 됐다. 하지만 대기업의 투자 수요가 둔화됐고, 부동산 경기 하강 및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자금 운용처를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것이 여의치 않다 보니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자영업자와 저신용자들에게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지만 운용처가 마땅찮아 고민하던 은행들이 그동안 대출을 꺼려왔던 곳까지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대신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해 은행원들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대출상품 다양해져=40·50대의 창업을 지원하는 기업은행의 ‘4050세대 특별대출’과 하나은행의 ‘오토론’ 등 은행의 대출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틈새 고객을 유치, 고금리 대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도입되면서 조달비용은 물론 각 은행의 가산금리가 보다 투명하게 공개되다 보니 주택담보대출에 고율의 마진을 붙이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9일부터 개인신용등급 5∼10등급의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생활안정자금을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하는 ‘KB근로자희망+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의 금리는 연 7.23%로 최고 1.0% 우대금리를 적용하더라도 최저 연 3.65%인 주택담보대출보다 2%포인트 이상의 금리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거래가 거의 불가능했던 저신용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서민들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에 비해 이자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