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명성 날린 에릭 가니에 은퇴

입력 2010-04-20 19:10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4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 가족이 평생 풍족하게 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지도자도 아니었고, 취미생활은 더더욱 아니었다. 매일 훈련하고 5일마다 등판하는 독립리그의 선발 투수로 다시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1999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3년간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002년 마무리 투수로 전업하면서 이름을 떨쳤다. 2002년 52세이브, 2003년 55세이브, 2004년 45세이브를 올렸다. 2003년에는 55세이브를 기록하면서 단 한 번의 블론 세이브도 기록하지 않는 퍼펙트 시즌을 달성했고 이듬해 계속된 기록은 84연속 세이브로 남았다. 1년 반 동안 그의 팀은 경기 후반 리드 상황에서 단 한 번도 역전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잔부상이 생기면서 흔들렸다. 2005년에는 8세이브에 그쳤고, 그 다음 해에는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팔꿈치와 허리 등에 수 차례 수술을 받았고 2007년 12월에는 메이저리그 금지약물 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그의 이름이 올랐다.

금지약물을 사용했을 당시 메이저리그의 약물 관련 규정은 거의 없었고, 불법도 아니었지만 그는 도덕적으로 명백한 실수를 했음을 시인하고 팬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토론토와 텍사스, 보스턴, 밀워키까지 팀을 옮겨가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고 지난해 여름엔 캐나다 독립리그 소속인 퀘벡 캐피탈스와 계약을 맺었다. 선발투수로 활약한 그는 9월 리그 챔피언십 3차전에 나서 삼진 8개를 잡으며 완투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났을 때 그는 마운드에서 눈물을 흘렸다. 경기 후 그는 “만약 이것이 마지막이라면 정말 아름다운 종결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고 내가 던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 그것이 내겐 절실히 필요했다”며 감격해 했다.

지난 겨울 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며 마지막 도전에 나섰지만 시범경기에서 2¼이닝 6실점하며 메이저리그 재진입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20일(한국시간) 그가 캐나다의 뤼프롱트낙(RueFrontenac.com)과의 인터뷰에서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1999년부터 10년간 통산 33승 26패 187세이브를 올리며 방어율 3.47을 기록했던, 2003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에릭 가니에(34)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